[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체포 사태에 대해 "군 작전하듯 쇠사슬을 묶어 끌고 간 건 동맹국에 대한 결례다.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과잉 단속"이라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 에서 "트럼프가 정권 초기 이민과 통상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며 "중범죄자 끌고 가듯 쇠사슬을 묶어 호송한 모습이 동맹국에 할 대우인가,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ICE가 단속 장면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도 "정치적 성과를 내고 싶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정의뉴스쇼>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이야기 한 이민자 단속을 처음으로 실행해 옮겼고, 이민국에서 정치적 성과를 크게 내기 위해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직장까지 체포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금된 한국인 대부분은 이스타(ESTA·전자여행허가제) 또는 B1·B2 단기방문 비자와 같은 취업이 불가능한 비자를 소지한 것이 적발됐다. 미국은 취업 비자 숫자를 정해놓고 발급하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형태의 비자로 입국해 일하고 있었고, 이는 무비자 불법체류는 아니어서 그동안 암묵적인 인정을 해 왔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민국이 한국인 300여 명이라는 최대 규모를 체포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무부-이민국 간 조율 부재로 엇박자 난 듯"
사건 배경과 관련해 민 교수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과 국무부 간에 엇박자가 난 것 같다. 만약 국무부가 조율했더라면 대규모 급습이 아니라 경고 후 최소화하는 방식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홍보 분야가 이민 정책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옹호하면서도 한국과의 투자·동맹 관계를 고려해 메시지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만약 국무부와 이민국이 소통이 잘 됐다면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며 "국무부가 알았다면 대규모 급습이 아니라 우리 측에 언질을 주지 않았겠나. '비자가 미국 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으니 대응해라' 경고했다면 우리 기업이 정부와 소통했을 텐데 대규모 체포 작전이 실행됐다는 것은 정치적 성과를 내려는 미국 이민국의 무리한 작전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장기 취업비자 발급이 제한적이라 한국 숙련공들이 ESTA나 B1 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관행이 있었고 지금까지는 암묵적으로 용인됐다. 이번 사태는 미국 내 노동자 불만과 맞물려 정치적 과잉 집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자진 출국해 불이익 최소화해야…E4 비자 신설도 필요"
해법으로는 비자 제도 보완을 강조했다. 민 교수는 "H-1B 비자는 연 8만5000개 추첨제로 경쟁이 치열하다. 대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한국에 대해선 예외 트랙(E4 비자 등 입법)을 추진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현재는 강제 추방 대신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며 "향후 입국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이번 사태가 한국 인력 비자 제도 개선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구금된 이들의 안전한 조기 귀국을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금된 한국인들의 석방이 10일(현지시간)로 알려졌지만 확정이 아닌 것에 대해선 "행정 절차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스타냐 아니면 B1, B2냐에 따라 강제 추방, 자진 출국, 이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다만 "강제 추방이 되면 다음번에 입국할 때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자진 출국 형태가 될 수 있도록 논의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자진 출국이더라도 불법 체류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미국 입국 시 제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방미한 것이고, 구금되신 분들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조기 귀국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두고 미국 측이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선 "그 부분은 공감하기 어렵다. 다만 조지아 공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치적이었던 만큼 정치적 견제로 선택된 측면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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