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연초부터 나타난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 감소세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8월 전 세계 조선소의 선박 수주량은 24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82척)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량 세계 1위를 수성했다. 조선 3사를 중심으로 국내 조선사도 대형·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3년치 이상의 안정된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선별 수주를 하고 있는 조선 3사와 달리 중형조선사는 수주량이 급감한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이 수주를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상반기 중형조선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지난 상반기 수주량은 15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72.0% 급감했다.
케이조선이 수주한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MR 탱커) 6척이 전부였고 HJ중공업과 대선조선, 대한조선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형 선박 건조 세계 1위인 HD현대미포의 중형선 수주량 54만CG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반기 HD현대미포는 중형 컨테이너선 16척(30만CGT), 중형 가스운반선 11척(24만CGT)을 수주했다.
또 보고서는 상반기 HD현대미포를 제외한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5% 줄어든 2억90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추정했다. 중형조선사의 수주액이 전체 국내 신조선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로 지난해 상반기 6.7%보다 5.9%포인트 감소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상반기 중형조선사의 건조량(인도량)은 58만CGT(20척)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력 선종인 탱커의 건조량이 109.3% 증가하며 상승을 견인했다. 선박 건조를 완료하고 선주사에 인도하는 양은 늘어난 반면 신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중형조선사의 수주잔량은 상반기 말 기준 168만CGT(63척)로 연초 대비 20.3% 감소했다. 2년 치 일감만 남은 셈이다.
이처럼 중형조선사의 상반기 매우 저조한 성적은 우선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 급감에서 찾을 수 있다.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의 신조 발주가 부진한 현상은 대형 조선사에도 숙제인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신조선 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고 중형조선사들이 그동안 수주해 오던 수에즈막스 탱커 등 고가 선종이 거의 발주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상반기 HD현대미포가 전량을 수주한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하의 소형 피더 컨테이너선의 경우 올해 유일하게 발주가 급증했지만 동형선을 주력으로 건조하는 부산 소재 대선조선의 수주 영업활동 중단 여파로 다른 중형조선사의 수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과거 구조조정을 거쳐 대형 조선사 위주로 재편된 국내 조선산업에서 (중형 조선업은) 점차 입지가 위축됐다"면서 "재무적, 구조적 한계로 기술적 변혁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10년 후를 전후로 중형조선사가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어 "아직까지 조선기자재 산업이 건재하고 국내 조선산업의 설계 역량과 생산 역량이 경쟁력이 있는 만큼 연구·개발(R&D)·인력 양성·자금 등 어려운 부문에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의 육성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한미 조선협력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관점에서 보더라도 중형조선소는 유용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대미 협력에 있어서도 미국이 필요한 상선은 대형보다 중소형 선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해군 함정 역시 중형 도크에서 건조될 수준의 크기를 갖고 있는 만큼 중형조선소가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제언했다.
보고서 저자인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국가가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과 현 상태라도 유지하기 위해 국영 조선사까지 설립하려는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 중형조선산업 지원정책은 부족한 수준”이라며 “전쟁, 국가 비상사태와 같은 유사 시 국가적으로 필요한 조선 능력은 대형 선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소형 선박의 수요가 대형선보다도 클 수 있어 중형조선산업의 유지와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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