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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이해하려면 먼저 어떤 방식으로 전망이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기재정전망은 현 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인구구조와 경제전망을 이용해 향후 40년간 국가채무의 경로를 측정한다. 즉, 인구와 경제 전망을 현재의 세 부담과 지출 구조에 적용해 재정수입과 지출을 전망하고 재정적자를 누적해 국가채무를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장기재정전망은 지금의 재정 구조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매년 상환해야 하는 국가채무가 얼마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이제 GDP 대비 국가채무 156%라는 숫자와 이 수준에 도달하는 2065년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이자 국민 전체의 소득이다. 따라서 국가채무가 GDP의 156%에 이른다는 것은 국민 1명이 소득의 1.5배가 넘는 나랏빚을 떠안는다는 뜻이다. 2024년 기준 가계부채가 GDP 대비 90%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156%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점이 40년 뒤라는 사실은 당장의 압박감을 다소 줄여준다. 하지만 2065년 45세로 한창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2020년생에게는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해 사회초년생이 되는 2035년생은 소득의 1.5배에 달하는 나랏빚을 떠안고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이 세대들은 시작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원하는 만큼 소비하는 데 큰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이유는 현 세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모든 선진국이 경험한 과정이며 우리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결과 재정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 재정적자가 심화하면 국가채무는 빠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고 이미 적지 않은 국가채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2065년 그 부담이 현재의 세 배를 넘어설 것으로 파악된 이상 모든 부담을 미래 세대로 넘길 수만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그들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분명하다.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여 재정적자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의무지출을 5%만 줄여도 GDP 대비 국가채무가 139%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시나리오는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성장대응 시나리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잠재성장률을 기준 시나리오보다 매년 0.5%p 정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면 현재 재정구조에서도 2065년 국가채무 비율을 133%까지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지출을 줄이는 것과 함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분야에 재정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려면 얼마를 줄일 것인가 못지않게 어디에 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세 부담 증가와 지출 축소 규모를 계산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누가 그 재원을 부담할지, 지출 감축을 위해 누가 혜택을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결정은 길고도 어려운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2065년 GDP 대비 국가채무 156%라는 장기재정전망 결과는 재정 구조 개혁을 위한 논의와 합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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