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 갑작스레 단수…강릉시, 급수차 동원해 비상 급수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집에 있는 바가지랑 생수통은 다 가지고 나왔어요."
8일 저녁 강원 강릉시 내곡동 한 아파트 입구 급수차 앞에는 주민들이 손에 크고 작은 물통을 들고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들고나온 물통은 생수통부터 양동이, 보온병, 심지어는 대형 쓰레기통까지 제각각이었다.
그만큼 물 사정이 절박했다.
앞서 시는 지난 6일부터 저수조 100t(톤) 이상 보유한 대규모 수용가 123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각 건물의 제수전을 잠가 공급량을 강제로 줄이고, 저수조 용량·가구 수·평균 사용량 등을 고려해 '의무 사용 일수'를 권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권고받은 일수보다 빨리 물을 소진할 경우 단수는 불가피하다.
이곳도 그런 경우다.
아파트 저수조 용량은 200t이지만 실제로 주민이 쓸 수 있는 양은 150t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는 소방 용수와 기계 작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을 제외하고 고갈됐다.
결국 전날 저녁 물이 끊겼다.
단수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주민 A씨는 "어제저녁 집에 있는데 갑자기 방송으로 '곧 단수가 된다'는 공지가 나왔다"며 "오늘 하루 종일 물이 안 나오니 씻지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해 먹고 너무 불편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시는 이날 저녁 아파트 주민들에게 급수차로 생활용수를 긴급하게 지원했다.
강릉 가뭄 사태 속 급수차를 동원해 주민들에게 직접 생활용수를 공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내일(9일) 오후에는 다시 제수전을 열어 저수조에 물을 채워 넣을 예정이다.
급수 현장은 그야말로 '물 전쟁터'였다.
1인당 받을 수 있는 물의 양을 크게 제한하지 않아, 대형 쓰레기통을 끌고 온 주민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통에 물을 채우느라 분주했고, 급수 행렬은 1시간 30분 넘게 이어졌다.
70대 주민 B씨는 "물을 미리 받아두지 못했는데 급수차가 온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다 같이 나왔다"며 "강릉에 살면서 물난리, 불난리 다 겪어 봤지만,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릉시 일원에 재난을 선포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뭄으로 말라붙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연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육·해·공이 총동원돼 강릉 해갈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9시 30분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2.3%로 전날보다 0.3%포인트 더 떨어졌다.
생활용수 공급 불안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주민들은 "하루하루 물 걱정에 시달린다"며 "비라도 빨리 내려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r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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