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와 여당이 7일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의 골자를 발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언해온 '추석(10월 6일) 전 검찰 개혁 완수'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수사)과 공소청(기소)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전해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헌법상 명시된 기관인 '검찰총장' 대신 '공소청장'을 임명하는 것이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반면, 2021년 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미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추석前 검찰청 해체' 현실화 국면…정청래 "25일 본회의서 처리"
총리실 산하에 '검찰제도개혁추진단' 설치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확정했다.
세부적으로 검찰청은 폐지되고 검찰이 독점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이에 검찰의 수사 권한을 넘겨받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 업무를 수행할 공소청이 각각 신설된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와 최종 조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렸던 것처럼 올 추석 귀향길에 검찰청 폐지 소식을 꼭 들려드리도록 하겠다"며 "이번 달 말(25일)에 반드시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검찰청 폐지 작업을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검찰제도개혁 추진단'을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한다. 추진단은 정부 차원의 검찰개혁안을 만들어서 정부입법까지의 절차를 담당하게 된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 때와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에 민간이 참여하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만들고, 법무부 장관 직속기구로 10명 규모의 실무진이 참여하는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을 구성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추진단은 법무부, 행정안전부, 법제처, 국무조정실 등 6개 부처 및 기관이 참여해 정부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즉, 정부가 검찰개혁의 키를 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간 검찰개혁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주장해 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8일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충실히 이행되도록 잘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조직개편안은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이 합의한 사항"이라며 "중요한 것은 수사권이 남용되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 그 자체 목적이 아니라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런 점들이 잘 고려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헌법 명시된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
퇴직 검사들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위헌…즉각 철회하라"
반면, 검찰 내에서는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퇴직 검사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도 검찰청 폐지는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동우회는 8일 입장문에서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희는 검찰의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 검찰 개혁에 공감의 뜻을 표했다.
다만, 검찰동우회는 "그러나 개혁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이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면서 "이는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그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는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일이 위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중앙일보에 "헌법상 '검찰총장' 직위가 규정돼 있고, 필수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상설 기관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며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헌법 명문규정에 반하는 위헌"이라고 말했다.
앞서 1989년 노태우 정부가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이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에 따라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한 바 있다.
나경원 "헌법상 기관 법률로 폐지…명백한 위헌"
야권에서도 검찰청 폐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에 명시된 헌법상 기관인 검찰청을 국회 의석수로, 하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이재명 정권이 독단적으로 졸속 강행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 의원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폭거"라며 "검찰청을 폐지한다는 것은 정권의 범죄는 덮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선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충격적인 것은 '수사'를 행정안전부로 몰아넣는 발상이다. 경찰·국정원 권한에 중수청까지 얹혀지면, 결국 이 정부는 거대 권력기관을 만들어 정권의 방패막이로 삼게 된다"며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탄생하는 것은 국민을 지켜줄 사법 정의가 아니라, 권력을 지켜낼 수사권 독점 권력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검찰 해체 폐지를 외치지만, 정작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특검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면서도 분리 논의는 전혀 없다"며 "이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정권에 불리한 수사기관을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의도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검찰청 폐지와 관련해 "검찰개혁은 이름만 개혁이지 사실상 해체"라며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인 폭주이자 헌정 질서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폭력은 물리적 폭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국회 다수를 점했다고 해서 입법 폭주를 하고 의회독재를 하는데 입법폭력은 국가, 사회, 국민 모두에게 더 치명적이고 무섭다"고 했다.
이어 "검찰해체 속내는 권력형 범죄에 대한 사법적인 통제를 강화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방탄 입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檢, 헌법기관 아닌 법률기관 위헌 아냐"
반면, 야권 내에서도 검찰청이 헌법기관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8일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헌법상 기관인 검찰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건 위헌이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검찰은 헌법기관이 아니라 법률기관이다"며 검찰청 명칭을 공소청으로 개명하는 건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학계에서도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 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헌법기관이 아닌 검찰청법에 따른 법률상 기관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전제로 한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대통령·국회·법원·헌법재판소처럼 설치 근거, 권한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헌법기관이 아니고, '검사' 역시 영장신청권자(12조3항·16조)로만 나온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헌법재판소는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검사로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수사단계에서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지,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헌재는 2023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도 헌법 제12조에 따라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헌법상 권한임은 인정하면서도 "헌법은 검사의 수사권에 대해 침묵한다"며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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