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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부와 여당이 확정한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 기능 수행을 위해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한다. 금융감독원은 존치하지만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된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각각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 반응은 냉랭하다. 시장 감독 업무만 하더라도 금감위·금감원·금소원 3개 기관으로 흩어진 데다 신설되는 재경부도 금융 정책을 통해 금융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불 보듯 뻔해 시어머니만 많아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이 나뉘면서 분담금을 더 내게 될까 걱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조율이 이뤄져 금융사에 하나의 창구로 전달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소원 등이 각자 요구를 내세우게 되면 금융사들의 부담만 커지게 된다”고 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융 정책 일관성을 저해하고 공무원의 소속감 등을 떨어트려 조직 효율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권 교체 때마다 조직 형태가 바뀔 수 있다는 상시적 불안 속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한 전직 금융위원장은 “세부 작업을 시작하면 업무 분담부터 복잡한 문제다”며 “일관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을 하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고 했다. 일각에선 금감원과 금소원 분리로 기관 간 역할 분담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진 핑퐁(떠넘기기) 현상이 나타나며 소비자 보호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 독립성 훼손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과거 2007년에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독립성 등을 이유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된 바 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한 건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조치였다”며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금융 소비자가 아닌 정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고 반발했다. 또 “조직 분리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자리 나누기 식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초대 금소원장으로는 금융위 해체와 금소원 신설을 주장해온 김은경 전 금감원 금소처장(한국외국어대 교수)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번 개편에선 금감위가 부활하지만 과거와 달리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근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금융감독위원장을, 이찬진 금감원장은 그대로 금감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개편이 실제로 이뤄지는 시기는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끝난 이후인 내년 1월 2일이 될 예정이다. 다만 최종 개편까지는 진통도 예상된다. 야당의 반발 속에 정부조직법 외에 금융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다수 법률안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 개편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담당으로 현재 야당이 위원장(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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