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최준호 기자] 현지 취업 활동이 엄격히 금지된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를 통해 입국해 미국 조지아 주 공장에서 현지 근무하다 적발돼 구금당한 한국인들이 정부의 협상을 통해 '자진 출국' 조치로 10일께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단기 편법 근무" 관행...오로지 기업 탓?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래 ESTA 활용 단기 근무 단속을 강화하면서 기업이 관행적으로 이어오던 '단기 편법 근무'가 대규모 적발된 사례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운영하면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경험 많은 한국 직원들이 직접 공정 세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직 취업 비자(H-1B)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호소한다.
H-1B 비자는 매년 3월에만 지원할 수 있고, 이마저도 신청자 10명 중 1명도 합격하지 못한다. 협력사는 비자를 받기가 더 어렵다. 주재원 비자(E-2, L-1) 등을 받으려면 원청기업과 직접적인 고용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 때문이다.
B-1 비자의 경우도 인터뷰 대기 등을 포함해 발급에 최소 100일 이상 걸려 공장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긴급 인력을 파견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비자 발급 권한은 상대국의 주권 문제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이번 사태로 책임 소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산업계에서는 호주와 싱가포르와 같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취업 쿼터'를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규모 체포·구금 사태로 '140조' 미국 공장 건설 차질 불가피
이번 사태에서 미국 이민당국이 ESTA와 단기 상용(B-1) 비자를 통한 파견 인력들을 체포·구금함에 따라 기업들이 임기응변 식으로 이용해 오던 해당 비자 활용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비자 문제를 두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140조원이 넘는 거액의 투자금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국 신규 공장 건설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체포 사태의 당사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추가 인력 현지 파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최소 22곳에 위치한 미국 내 공장 건설 현장도 비상사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공장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 인력의 상당수가 B-1 비자 혹은 ESTA를 통한 파견 인력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들은 이 인력들을 급히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TA와 B-1 비자를 통한 근무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합법적인 비자를 새로 발급받거나 현지 숙련 인력을 고용할 경우, 공사 기간 지연과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의 관계자들은 "현지 인력을 고용할 경우 교육을 시켜가며 일해야 하는데,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나가면서 공기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으로선 이를 막을 뾰족한 해법이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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