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 데려다 줄게"…때 아닌 유괴 공포, 불안에 떠는 부모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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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데려다 줄게"…때 아닌 유괴 공포, 불안에 떠는 부모들[르포]

이데일리 2025-09-08 16:25: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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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염정인 수습기자] “맞벌이하는 부모들은 매일 픽업이 어려우니 친한 엄마들끼리 휴무일 때 번갈아 픽업하자는 얘기도 하고 있어요.”

8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A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40대 김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배웅해준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28일 20대 남성들로부터 세 차례 유인 미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두 곳 중 한 곳이다.

김씨는 “이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은 편인데도 유괴 시도가 있었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초등학교 3학년생 자녀와 함께 등굣길에 오른 학부모 B씨 역시 “아이 등하굣길을 따라다니며 매일 데려다 주고 있는데도 불안해서 아이에게 핸드폰을 잘 들고 다니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A초등학교 등굣길 모습.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유괴 시도가 있었던 학교로 지목된 곳이 아니더라도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같았다. 아직 혼자서 등하교하기 어려운 저학년의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컸다. 같은 시간 서울 마포구 망원동 B초등학교에서도 아이 손을 꼭 붙잡고 등교하는 학부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은정(50)씨 역시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정문을 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인사까지 하고 나서야 정문에서 걸음을 뗐다. 김씨는 “유인 미수 사건 전부터 학교 안에서 교사에 의해 아이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 워낙 흉흉한 사건들이 많지 않았느냐”며 “아직 아이가 1학년이다 보니 무조건 아침에는 데려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상황에 대비한 각종 용품을 구매해 자녀 가방에 달아준 경우도 있다. B초등학교 학부모인 직장인 박수현(37)씨는 “등하굣길 도우미는 학교 주변에만 있어 아이가 학교 부근을 벗어날 경우에는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며 “학교에서 나눠주는 등하교 알람 태깅 외에도 최근 10만원을 주고 비상상황에 누르면 핸드폰으로 알람이 오게 하는 용품을 사서 아이 가방에 달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아빠 오모(35)씨도 “출근 시간을 늦춰서 아이를 꼭 데려다 주고 있다”며 “위치추적기를 사서 아이들 등하교시 이동거리와 크게 벗어날 경우 전화로 바로바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아이에게 모르는 어른이 무엇을 사준다고 할 경우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주의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자 경찰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경찰은 이날부터 관내 초등학교 609곳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내달 12일까지 5주에 걸쳐 등하굣길 안전 확보를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서뿐만 아니라 기동순찰대까지 투입해 등하굣길 안전을 확보하고 아동 관련 신고 사건을 당초 ‘코드2’ 이상에서 ‘코드1’ 이상으로 접수해 초동 대응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신고사건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숫자 대응코드(0~3)가 분류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우선 출동하고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등 중요도가 커진다.

앞서 20대 남성 3명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 30분쯤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과 공영주차장 인근에서 차량에 탄 채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해 유인을 시도했다. 이들은 “귀엽다. 집에 데려다 줄게”라고 말하며 접근했지만 아동들이 자리를 벗어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에는 남성들이 차량을 멈춘 채 아동 2명에게 접근해 말을 걸자 아이들이 놀라 달아나는 장면이 담겼다. 세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 사이로 조사됐다. 이들은 범행 동기에 대해 “장난삼아 그런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혐의 사실과 고의성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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