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HMM 인수 ‘시너지’ 불투명···“실익보다 정무적 계산” 의혹도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사진=HMM]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포스코의 HMM 인수설을 두고 철강·해운업계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실질적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히려 포스코가 해운사를 직접 운영할 경우 비용 부담과 경영 비효율이 커져 양측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철강과 해운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른 산업이라는 점에서 포스코의 HMM 인수에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철강회사가 선박을 직접 운영하면 특정 철광석 수송 외에는 활용할 수 없어 비용만 늘어나고 해운사의 선박 활용 유연성은 떨어진다”며 “선박 매각·교체를 통한 비용 조정 역시 불가능해지면서 결국 관련 운임이 2배 이상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과거 해운업에서 선박의 대형화와 함께 다양한 선종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철강사는 더 이상 해운 자회사를 운영하지 않게 됐다”며 “역사적으로 제철 산업에서 해운업을 겸업하던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신일본제철도 산하 해운회사를 매각했고 스미토모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며 “그 결과 일본의 해운산업과 철강산업 모두 경쟁력을 높이며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 측은 HMM 인수설과 관련해 “그룹 사업과의 시너지 여부만 검토하는 초기 단계일 뿐 인수 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룹 관계자는 물류비 절감이나 대미(對美) 관세 대응 효과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도 “검토 범위에는 포함돼 있으나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HMM 측도 “인수 여부는 대주주 지분 매각에 달린 사안으로 당사자가 관여할 수 없고, 인수 시 우리 회사에 어떤 득실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따져본 적도 없다”며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1990년 거양해운 설립과 1995년 매각,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추진, 2011년 지분 확보, 2020년 물류 자회사 설립 계획까지 여러 차례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업계 반발과 제도적 장벽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해운업계는 대형 화주기업이 선사를 소유할 경우 특혜 운임과 불리한 조건 부과 등 불공정이 발생해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도적 제약의 경우 우선 한국산업은행은 국책은행 성격상 특정 기업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으며, 국가계약법 원칙에 따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지분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최종 인수자로 확정될 보장은 없다.

한편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HMM 인수 논의가 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책적 맥락과 맞물려 추진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양수도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포스코는 명목상 민간기업이지만 정부가 HMM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외국 기업이나 하림 등 민간 기업에 넘어가면 정부 통제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산업은행 부담을 줄이고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