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9월에도 더위가 이어지면서 야구장 등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이마에 쿨링시트를 붙인 관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캐릭터나 KBO 구단과의 협업까지 더해지며 사용 연령대는 어린이로까지 확산, 독감 유행기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열 관리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쿨링시트는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검증 수준이 낮은 제품이 의약품처럼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와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쿨링시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14.8% 급증했고,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940% 늘었다. 온라인몰에서도 여름철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열풍이 이어졌다. 같은 해 수족구병이 유행했을 때는 맘카페나 블로그에 부모들이 ‘해열제’ 대신 상용했다는 후기를 남기며 아이 발열 관리 수단으로까지 사용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처럼 믿고 쓰는 쿨링시트는 실제로 ‘공산품’에 해당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 지정 고시에도 포함되지 않아 의약품은 물론 의약외품으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 검증 의무가 없고, 인체에 대한 약효가 인정되지 않는 일반적인 제품이다. 사업자가 생활용품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제조·유통이 가능하다.
때문에 광고에서 ‘체온을 낮춘다’처럼 의약외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문구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열감 완화’ ‘시원함 제공’ 같은 표현이 사용돼 치료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여기에 제약사 브랜드와 약국 진열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검증된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공공심야약국의 한 약사는 “대부분 소비자가 쿨링시트가 의약외품인지 공산품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며 “아이가 열이 나면 해열제 대신 쿨링시트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약국에서 판매되고 제약사 브랜드가 붙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열 효과가 있다고 믿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분도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멘톨과 알코올, 보존제 등이 들어가 일시적 냉감을 주지만 피부가 민감한 영유아는 발진이나 두드러기를 겪을 수 있다. 2023년 소비자원은 일부 제품에 대해 온라인몰과 유통사에 주의를 요청했다.
동국제약 ‘마데카 쿨링패’처럼 한국피부과학연구원 민감성 피부 자극 테스트를 거치고 ISO9001·ISO13485 품질인증 시스템을 갖춘 제조사에서 생산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모든 제품이 이런 검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들이 내놓은 아동 전용 제품 역시 ‘무색소·무향’을 내세우지만, 장기간 반복 사용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공산품으로 분류된 만큼 성분 검증 강도는 낮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도 일정 농도(0.01%) 이상일 때만 표시하면 돼 부모들이 성분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쓰는 제품임에도 체감 안전과 실제 관리 수준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린이용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공급자적합성확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KC 인증 마크를 표시, 온라인 유통업체는 인증이 없는 제품을 즉시 판매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증 표시가 빠진 제품이 유통되고 있으며 쿠팡·네이버쇼핑 등에서는 상품명에 ‘의약외품’ 키워드를 넣어 판매하는 사례도 남아 있다.
반면,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닐 경우 포장이나 설명서에 표시 의무가 없어 소비자들이 의약품으로 오인하기 쉽다. 마스크나 치약처럼 별도 진열·관리되는 품목과 달리, 쿨링시트는 약국에서 파스 등 의약외품과 함께 놓이는 경우가 많아 혼란을 키운다.
실제로 폭염이나 수족구병 유행 때마다 ‘해열제 대신 붙였다’는 후기가 온라인에 올라오지만, 쿨링시트는 체온을 떨어뜨리는 약리 효과가 없어 근본적인 해열 수단이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병원 진료를 늦출 수 있다며 광고 문구 관리 강화와 아동 전용 제품에 대한 별도 안전성 검증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쿨링시트는 단순 보조 수단일 뿐이며 고열이나 열성경련 위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약물 치료와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로구의 한 약사 역시 “주말이나 저녁에 병원이 문을 닫으면 아이가 열이 난다며 쿨링시트만 찾는 부모도 종종 있다”며 “근본적인 해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열제를 함께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쿨링시트가 생활필수품처럼 자리 잡았지만 실제로는 공산품 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광고 문구 관리 강화와 아동 전용 제품에 대한 별도 안전성 검증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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