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압박에도 '버티기'를 고수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사임을 결단한 배경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부총재,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의 설득이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8일 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스가 부총재는 지난 6일 밤 이시바 총리와 총리 관저에서 "자민당의 분열은 절대로(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자발적으로 사임을 표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도 같은 인식을 전달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시바 총리와 깊은 신뢰 관계가 있어 스가 부총재가 동석을 요구해 자리했다.
만일 이시바 총리가 지난 7일 사임 표명을 하지 않았다면, 8일 오전 10시에는 임시총재 선거를 요구하는 자민당 소속 의원들의 서면 제출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큰일이 난다. (서면 제출을) 시작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사임 결단을 촉구했다.
서면에는 의원들의 실명이 담겨 공개된다. 자민당 내에서는 총재 선거 실시 여부 결과와 관계 없이 "복원 불가능한 (당의) 균열을 낳게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의 분열 위기에 그간 ‘이시바 강판’에 거리를 뒀던 스가 부총재,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움직였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스가 부총재는 자신이 총리였을 당시 코로나19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2021년 총재 선거 입후보를 포기했던 경험을 거론하며 궁지에 몰린 분한 상황에 대해 이해를 나타내면서도 결단을 촉구했다.
스가 부총재는 지난해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지지했으나, 결선투표에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지지층과 함께 이시바 총리를 지지했다.
이시바 총리는 스가 부총재의 결단 재촉에 "스가 부총재가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총리를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응했다.
스가 부총재가 총리 관저에서 물러난 후에도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시간30분 정도 이시바 총리와 함께 정책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시바 총리가 퇴진 의향을 굳힌 모습을 보이며 면담이 끝났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목표로 했던 '여당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며 당내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연임 의향을 강력하게 표명해왔다. 미일 관세 협상 등을 이유로 들었다. 중요한 시기에 정치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7월 22일 미일 관세 합의를 성사시키고, 9월 4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까지 발표됐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엔 고물가 대책 등 과제를 들고 나왔다.
그의 버팀목이 됐던 것은 여론조사 결과였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쁜 것은 총리가 아닌 자민당"이라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이시바 총리를 다르게 대했다. 이미 이시바 정권은 '죽은 정권'이 됐다고 본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경제 대책 등에 의욕을 보였으나 결국 각료, 여당에 지시를 내리지는 못했다. 정책을 조율하는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정조회장 등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이시바 총리는 7일 정권을 지탱해온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무상,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정·재생상,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郎) 총무상 등을 불러 사임 의향을 전달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 정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며 사임 의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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