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1시간 20분 동안 오찬 회동을 했다.
이날 오찬 시작 전, 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정 대표와 장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서로 악수했다.
정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악수를 거부해 왔다.
먼저 장 대표는 인사말을 시작하면서 "오늘 제가 정청래 대표님하고 악수하려고 당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안 됐다"라고 하자 참석자들의 웃음이 나왔다. 이어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통령과 함께 여러 민생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통령께서 곧 취임 100일을 맞으시는데 그동안 짐이 무거우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일어난 한국인 근로자 감금 사태를 언급하며 "관세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관세 협상의 결과도 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와중에 이런 조지아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져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고, 그 와중에 또 북중러의 위협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 등을 대통령께서 세심하게 살펴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또한 상법 노란봉투법이 통과와 중대재해처벌법 등과 관련 "건설 경기가 악화되고 있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 고용도 악화, 청년 실업 증가, 자영업자 폐업도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여러 여건들을 살피셔서 기업들이 숨 쉬고 원활히 기업 활동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코스피 5000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높고, 결국은 경제가 바탕이 튼튼해야 주가도 받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두 가지가 잘 조화롭게 될 수 있도록 살펴달라"고 했다.
아울러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규제 중심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수요자 중심의 공급정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소비자는 최신형 핸드폰을 갖고 싶은데 공중전화를 계속 늘리면 수요자의 수요와 맞지 않다, 그래서 그런 점들도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공개된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이 특정 집단을 위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조직 개편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특히 "특검 수사, 여당의 입법 강해 등에 대해서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재의요권도 거론했다.
장 대표는 "특검이 계속 이렇게 야당을 탄압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결국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민생일 수밖에 없는 점들에 대해서 잘 좀 살펴달라"며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저는 지금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이런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런 여러 법안들, 특히 특검을 연장하거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이런 법안들이 결국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이 아니겠나 대통령의 뜻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진영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 달라,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돼 달라"면서 "정치를 복원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 주시면, 저희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 대통령께서 여야 대통령과 함께 모여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정부와 여당과 야당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주시고 그 소통 창구를 계속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서 정 대표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구금됐던 국민 석방, 한미 정상회담 성공 등을 언급하면서 감사를 표했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만으로 코스피 주가지수가 3200을 뛸 만큼 경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의 놀라운 K-민주주의 회복력에 주목하고 있다"며 "며칠 후면 이재명 대통령께서 UN에 가서 연설도 하시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시는데, 이번에도 잘 성공하고 돌아오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10월 말이면 경주 APEC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오시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 등 세계 주요 정상들이 참석한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며 "이러한 중요한 국면에 대통령께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특히 장동혁 대표님과 악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이렇게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은 하모니메이커가(harmony maker) 된 것 같다"고 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를 향해 당선 축하의 말을 전하며 소통 기회가 이어지길 바란다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내란을 꿈꿀 수 없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정비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제도권 정당은 이런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여야가 만난 만큼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 있는 세력들은 국민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개혁이 민생이고 민생이 개혁입니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도 제시하고, 좋은 토론도 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외교, 안보, 국방에서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며 "정파 이익보다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대승적 차원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오늘 대통령님 주선으로 여야가 만났으니 향후 건설적인 여야의 대화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기대했다.
여야 대표 인사말을 경청한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통령,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며 "여야가 사실 국민이 보시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지를 이제 걱정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의 말에 공감을 표하며 "제가 자주 말씀드리는 것처럼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싶은데 좀 어려운 게 또 현실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화도 좀 자주 하고, 소통을 통해서 오해들을 최대한 많이 제거하고,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그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며 "저는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의 의견도 들어야 되고, 야당은 하나의 정치 집단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또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서 정치해야 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야당 대표님들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권의 이야기, 또 야당을 통해 들리는 우리 국민의 목소리도 최대한 많이 듣도록 노력하고, 듣는 것을 넘어서서 어 국정에 모든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지막 말씀 중에 '죽이는 정치 이제 그만하고 상생 정치, 모두가 함께 사는 정치를 해야 된다'는 말씀은 정말로 옳은 말이고 공감한다"며 "'정치가 복원돼야 된다'는 말씀도 정말로 중요한 말이라며 소통 창구가 필요하고, 또 민생 중심으로 정치가 흘러갈 수 있도록 국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말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도 자주 뵈면 좋겠다"며 "자기 지지 계층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으나 서로 용납될 수 있는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그래서 공통 공약 같은 것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소회를 밝히며 "우리가 다투되 경쟁은 하되 우리 국민 또는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가 뭘 얻기 위해서 하는 정상회담이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뭔가를 지켜야 되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그게 참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를 향해 "많이 도와주실 것 같아서 많이 안심이 된다"고 하자 참석자들의 웃음이 나왔다. 이어 정 대표를 향해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더 권하자, 장 대표는 "이런 게 저는 협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당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 더 우리한테 양보하라고 말씀하시고, 또 공개 발언도 야당에게 한번 더 발언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결국 우리가 국회에서 중요한 협상들을 할 때도 대통령께서 여당의 목소리를 한 번 들을 때 야당의 목소리를 두 번 들어주시고, 여당과 한 번 대화할 때 야당과 두 번, 세 번 대화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또한 "정 대표님께서 좋은 말씀해 주셨는데, 이제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가 아니라 이제 함께 사는 정치를 하는 길로 우리 국회가 나아가자, 저는 그것이 국민을 살리고 민생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싸우는 순간 결국은 죽어가는 것은 국민이고 민생이다. 이제는 미래로 나아가면서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민을 챙겨야 될 때"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지난 6월 22일 김병기 민주당 당시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78일 만으로 제1야당 대표와의 단독 면담은 취임 후 처음이다.
회동에는 대통령실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민주당에서 한민수 대표 비서실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에서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과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의 단독 회동에는 우 수석과 박 실장만 배석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양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후 공동 브리핑을 열고 "여야 수석대변인이 함께 국민 앞에서 발표하는 이 모습 자체가 대화의 내용과 결과를 상징한다"라면서 이날 합의된 세 가지 사안을 발표했다.
여야는 민생경제협의체(가칭)를 구성해 각 단위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 요청 시 적극 검토해 소통 시간을 가지게 된다.
특히 오후 1시 20분부터 50분까지 30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의 비공개 영수 회담에서는 정치 복원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는 "획기적인 청년 고용정책,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 민생 정책 제안에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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