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동, 정국 변곡점 될까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여야 지도부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정국 해법을 모색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그간 냉랭했던 여야 관계에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만남은 지난 6월 22일 김병기 당시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던 오찬 이후 78일 만이다. 특히 정 대표는 최근까지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악수를 거부해왔던 만큼, 장 대표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은 장면은 정치권 안팎에서 “이례적 풍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찬에는 대통령실에서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배석했고, 민주당에서는 한민수 대표 비서실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에서는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과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동석했다. 별도의 공식 의제를 정하지 않고 현안을 두루 논의한 가운데, “대화는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정가의 시선을 더욱 끈 대목은 오찬 직후 이어진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단독 회동이다. 이 자리에는 우상호 정무수석과 박준태 비서실장만 배석했으며, 어떤 메시지가 오갔는지가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를 관건으로 떠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단독 회동을 과거의 ‘영수 회담’에 견줄 수 있는 성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 대표는 회동에 앞서 “민주당의 의회 독주와 정치 특검 수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달라”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만약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다면 여야 대치 국면에 일정한 제도적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별다른 메시지가 없을 경우 이번 회동은 ‘상징적 이벤트’로만 남게 되는 회의론도 공존한다.

현재까지 여야는 회동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박수현·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함께 자리한 만큼, 곧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세부 내용이 공개될 전망이다. 양당이 어떤 어조로 이번 만남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회동의 무게감이 규정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소한 대화의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실질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금세 휘발될 것”이라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이번 만남이 정국의 변곡점이 될지, 일회성 제스처로 그칠지는 결국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단독 회동에서의 메시지, 그리고 이후 여야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