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이재명 대표는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오찬에는 여야 대표를 비롯해 각 당 당대표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이 함께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장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먼저 오찬장에서 우 수석과 김 비서관,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담소를 나누며 대통령을 기다렸다. 곧이어 이 대통령이 강 비서실장, 정 대표, 한민수 비서실장 등과 함께 입장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를 향해 "아이고, 환영합니다"라며 먼저 악수를 건넸다. 이어 장 대표와 정 대표에게 서로 악수를 제안하듯 손짓했고, 두 사람은 별다른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에 이 대통령이 "보기 좋다"고 말하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 대표는 당선된 직후 "12·3 비상계엄 내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으면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이날 대통령의 권유로 악수를 나눴다. 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사진 촬영하며 손을 포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제가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농담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 대표는 먼저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우리 국민들께서 많은 우려를 하고 계신 것 같다. 동맹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왜 굳이 지금 한국인가, 외교적 합의가 어떤 건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관세 협상의 결과도 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와중에 이런 조지아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져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또 북중러의 위협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서, 그런 점들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세심하게 살펴주셨으면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최근 통과된 상법·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지금 건설 경기가 악화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서 고용도 악화되고 청년 실업도 증가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여러 여건들을 살피셔서 기업들이 숨 쉬고 원활히 기업 활동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도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국내 여건이 녹록지 않고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저는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셨던 코스피 5000도 허망한 부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코스피 5000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높고, 결국은 경제가 바탕이 튼튼해야 주가도 받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두 가지가 잘 조화롭게 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살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전날 발표된 부동상 공급 정책에 대해 "수요자 욕구와는 좀 거리가 먼 공급자 중심의 대책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규제 중심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수요자 중심의 공급정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부동산 정책을 이렇게 표현하는 국민들이 있더라. '소비자는 최신형 핸드폰을 갖고 싶은데 공중전화를 계속 늘리면 수요자의 수요와 맞지 않다.' 그래서 그런 점들도 잘 살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선 "기대도 있지만 우려도 있다"며 "정부 조직 개편은 그 정부의 국정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것 아니겠나. 그런데 정부 조직 개편이 특정 집단을 위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조직 개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장동혁, 李대통령에 '더센특검법·내란특판법' 거부권 행사 요구
특히 장 대표는 '더 센 특검법'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그는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 더불어민주당, 한 당만 보였다 이런 우려들이 있는 것 같다"며 "특검이 계속 이렇게 야당을 탄압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결국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민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특검을 바라보기를 과거에 대한 청산이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런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도 비춰질 수 있어서 우리 국격과 관련된 문제이고, 대한민국은 외국이 바라보는, 국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점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거부권은 야당의 입법만을 막기 위한 무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저는 지금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이런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린다"고 했다.
장 대표는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런 여러 법안들, 특히 특검을 연장하거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이런 법안들이 결국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이 아니겠나 대통령의 뜻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국민들께서는 오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은 사법부가 권력 앞에서 스스로 누워서 자는 척을 하고 있지만 헌법 질서에 맞지 않는 이런 특별재판부 이런 것들이 강행이 된다면 저는 지금 자고 있는 사법부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다"고도 했다.
정청래 "내란 종식에 여야 없다...진정 어린 사과하고 협력해야"
정 대표는 "이러한 중요한 국면에 대통령께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특히 장동혁 대표님과 악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이렇게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은 하모니메이커가(harmony maker) 된 것 같다"며 "장 대표께 뒤늦게나마 당선되신 것 축하드리고, 말씀하신 그런 소통의 창구 이런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아니라 다음에도 좋은 만남이 이렇게 오늘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정 대표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며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내란을 꿈꿀 수 없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정비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또 내란에 가담한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한 내란 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의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듯이 대한민국도 적어도 내란과 외환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제도권 정당은 이런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여야가 만난 만큼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 있는 세력들은 국민들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한 검찰·언론·사법개혁에 대해 "개혁이 민생이고 민생이 개혁"이라며 "3대 개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좋은 토론을 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국민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국회가 받아 안아야 된다"고 말했다.
李대통령 "정상회담 치르며 국익 위해선 한목소리 내면 좋겠다고 생각"
이 대통령은 "저는 민주당의 대통령,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여야가 사실 국민들이 보시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지를 이제 걱정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이런 자리가 쉽지 않게 마련됐지만 앞으로도 자주 뵈면 좋겠다. 연락도 자주 주시고, 또 여야 간에 대화도 실제로 많이 하시라"라며 "저도 야당 대표를 하면서 많이 느낀 게 정치라고 하는 게 어쩔 수 없이 자기 지지 계층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야당도 주요한 국가 기관이다. 서로 용납·용인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공통 공약 같은 것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또 실제로 치르면서 '우리가 다투되, 경쟁은 하되 우리 국민 또는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현실적으로 들었다"며 "대한민국의 국익, 우리 국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것들에 함께 힘을 모으면 참으로 좋겠다, 그게 대외 협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장 대표가 모두발언 기회를 한번 더 가지며 "대통령께서 여당의 목소리를 한 번 들을 때 야당의 목소리를 두 번 들어주시고, 여당과 한 번 대화할 때 야당과 두 번, 세 번 대화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다만 '내란 종식'을 강조한 정 대표를 향해 "우리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싸우는 순간 결국은 죽어가는 것은 국민이고 민생"이라며 "이제는 미래로 나아가면서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챙겨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키로...李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해야"
여야는 오찬 회동 뒤 양당 수석대변인가 함께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브리핑을 가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오늘 장 대표와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12시부터 1시까지 대통령실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국정전반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오늘 회동의 결과를 여야 수석대변인이 함께 국민 앞에서 발표하는 이 모습 자체가 대화의 내용과 결과를 상징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첫째 오늘 여야 대표는 가칭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가 있는 협의체가 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자세한 구성에 대해서는 각 단위의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민생협의체 구성은 장 대표가 제안하였고 정 대표와 이 대통령께서 적극 화답·수용함으로써 성사됐다"며 "이 대통령은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 '특히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하여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게는 성과가 되고 결국 여당에게는 국정의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하여 야당 대표 요청 시 적극 검토하여 소통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씀했다"고 했다.
또한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13시 20분부터 30분간 단독 회동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수석대변인은 "정치 복원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며 "아울러 획기적인 청년 고용 대책,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 민생정책 제안에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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