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세계 항공산업이 민항기 수요 반등과 방산 수요 급증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8일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PwC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산업 중 민수 분야는 민간 항공기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업계 매출은 2023년 대비 9% 증가한 9220억달러(약 1282조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항공기 운용유지를 위한 애프터마켓 부품 제조와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 항공기 제작사(OEM)의 생산 부진을 상쇄한 것으로 PwC는 분석했다.
실제로 엔진 및 부품 제작사들의 매출이 2023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RTX의 프랫 앤 휘트니(P&W)와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의 합산 매출이 26% 증가했고, GE 에어로스페이스는 11%, 롤스로이스 민간 항공 부문은 18%, 사프란 추진 부문은 15% 각각 증가했다. 이 밖에도 하니웰 에어로스페이스가 14%, MTU 38% 등 민간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군수 분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의 분쟁으로 방위산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전 세계 방위비 지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많은 국가가 억지력 강화를 위해 국방비를 증액했다.
우주 부문도 우주 기반 경제로의 전환과 소형 위성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PwC는 “10여 년 전만 해도 연간 발사 횟수가 소수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매주 수 차례의 발사가 이뤄지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우주산업의 시장 가치가 향후 10년 내 약 1조5000억달러(약 2086조원)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세계 항공우주산업 매출 순위에서 1위에 오른 기업은 미국의 RTX로 나타났다. 자회사인 프랫 앤 휘트니와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부품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807억달러(약 11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RTX는 차세대 항공기 엔진 개발과 미사일 방어체계, 위성통신 장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민항과 방산 부문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RTX에 이어 749억달러(약 104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에어버스는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수주 잔량만 8600대 이상에 달하지만, 공급망 문제와 부품 조달 차질로 생산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글로벌 여객 수요 회복과 766대를 납품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현재 에어버스는 A320neo 계열기 생산 확대와 장거리 여객기인 A350과 군용 수송기 A400M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다.
3위는 지난해 710억달러(약 98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차지했다. F-35 전투기를 비롯한 주요 방산 프로그램이 매출을 높였지만, 미사일 및 화력통제(Missiles and Fire Control) 사업부의 기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20억달러 규모(약 2조7000억원)의 비용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다. 현재 록히드마틴은 F-35 추가 양산을 비롯해 사드(THAAD) PAC-3 패트리엇 등 미사일방어체계와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등 방산 수요에 대응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보잉은 665억달러(약 92조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특히 보잉은 장기 파업과 공급망 및 품질 문제 등 복합적인 악재로 민간 항공기 납품이 감소했고, KC-46 공중급유기와 T-7A 훈련기 등 방산 프로그램에서 가격을 미리 확정하는 고정가 계약에 따라 손실이 이어졌다. 현재 보잉은 차세대 여객기 777X 개발을 비롯해 F-47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과 우주 분야의 스타라이너 우주선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보잉에 이어 5위는 47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미국의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차지했다. 지난해 걸프스트림 비즈니스 제트 판매가 꾸준히 늘었고, 잠수함과 지상 전투차량을 포함한 방산 부문에서도 수주가 확대됐다. 특히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과 차세대 콜롬비아급 전략잠수함, 지상전투차량 개발 사업이 매출 성장의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11조2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민간 엔진 부품 사업과 더불어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등 방산 장비 수출이 급증하며 매출이 전년 대비 36% 이상 성장한 것이 순위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약 3조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59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FA-50 경공격기 수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KF-21 전투기를 통해 향후 글로벌 전투기 시장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