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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도달’을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인식 여부가 아닌 ‘객관적 인식 가능성’이 기준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해당 글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범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는 기존 2심이 “피해자가 스스로 검색해 확인했으므로 도달이 아니다”라고 본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별도 검색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피고인 A씨는 2023년 5월 18일 SNS 트위터에서 피해자와 다투던 중 피해자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하자, 멘션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 계정을 특정한 뒤 ‘성고문하자’ 등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작성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계정을 차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알림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별도 계정으로 피고인의 계정에 찾아가 해당 게시글을 확인했다.
1심은 피고인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차단한 상태였으므로 게시글에 관한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고, 이후 피해자가 스스로 검색해 게시글을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게시글이 피해자의 지배권 내에 들어가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불복해 상고한 가운데,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구성요건 중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휴대전화, 컴퓨터 등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함으로써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그 글 등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상대방이 실제로 그 글 등을 인식 또는 확인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명시했다. 피해자가 나중에 별도의 검색 행위로 글을 확인한 것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도달’ 요건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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