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2021년 도입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플랫폼 사업자의 우회 수수료 부과와 외부결제 방해로 무력화되며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구글·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구조와 보복성 조치에 대한 규제 보완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주병기 후보자는 플랫폼법 관련 질의에 대해 “통상 마찰 우려로 인해 행정부가 독과점 규제 성격의 플랫폼법을 추진하기엔 여건이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독과점 규제 조항을 제외한 거래 공정화 중심의 법제화는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주 후보자는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에 대해 “우리 시장과 해외 시장을 비교해 과도한 수수료가 확인되면 반드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인앱결제는 자동으로 결제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공제하는 방식이며 제3자 결제는 매출 정산 후 앱 마켓이 서비스 이용료를 청구한다.
그러나 현행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외부 결제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를 들어 별도로 26%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외부 결제대행사 수수료(5~10%)까지 포함되면 전체 비용은 사실상 비슷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앱 마켓 사업자 영업 보복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앱 마켓이 인앱결제 강제 문제를 신고한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보복 행위를 금지하고 그 입증책임을 앱 마켓 사업자에게 부과하며 보복 시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구글·애플 인앱결제 피해기업 사례발표 및 대안마련 정책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과 애플의 ‘우회 전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중소 규모의 기업 대표는 “외부 결제를 허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높은 수수료와 불리한 조건으로 개발사가 선택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 앱 심사 지연이나 노출 제한 등 보복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자사 결제를 강제당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게임업계는 구글·애플의 수수료 구조로 인해 중소 개발사 상당수가 생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일부 중소 게임사의 영업이익률이 70% 가까이 하락했고 지난 4년간 누적 피해액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은 10년째 30% 수수료 구조에 묶여 있으며 해외 게임사 점유율 급증으로 중소는 물론 대형 게임사조차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애플은 10년간 한국 개발자에게만 33% 수수료를 부과해 약 3500억원을 부당 징수했고 이에 대한 신고를 공정위와 검찰에 접수했다”고 공언했다.
법조계는 영업보복 금지법이 국제 통상규범에 위배되지 않으며 미국 연방법 등에서도 유사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역시 한미FTA나 트립스(TRIPS) 협정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반독점 전문 로펌 하우스펠드의 크리스토퍼 렙삭(Christopher L. Lebsock) 변호사는 “구글과 애플의 30% 수수료는 공정경쟁 시장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며 한국소비자원 분석에 따르면 구글은 원스토어 대비 최대 50%, 애플은 최대 76%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체 내부문서에서 구글도 실제 수수료 원가는 6%에 불과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며 “미국식 3배 손해배상과 보복행위 금지 입법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산업은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데 현재의 수수료 구조로 인해 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양한 지원책보다 수수료 정상화가 훨씬 효과적인 산업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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