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부산 이차전지 기업 금양이 추진한 대규모 투자 시나리오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며 공장 완공은 물론 2조원대 납품계약 이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405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가 한달여 새 새 두 차례 연기돼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정작 투자사는 자금 송금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해당 법인 실체도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아 의혹은 더해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양은 최근 전자공시를 통해 405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9월 17일로 재차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납입일은 8월 2일이었으며 9월 3일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금양은 “사우디 측 자금 한국 송금이 순조롭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반복되는 상황은 회사의 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보통주 1300만 주와 상환우선주(RPS) 1400만 주를 주당 1만5000원에 발행해 총 2700만주, 4050억원을 조달하려는 계획이다. 발행가는 기준주가 9900원 대비 51.5%의 할증이 붙었다. 금양은 해당 자금 중 2500억원을 기장 드림팩토리2 공장 완공, 1550억원을 21700·4695 배터리 설비 구축에 투입한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미 공정률 85% 이상을 기록했던 기장 공장은 자금 부족으로 공정이 멈춘 상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연내 준공 후 2026년 상반기부터 ESS·UPS·전기버스용 배터리를 납품해야 하지만 유증이 무산될 경우 납품 계약 이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금양이 이미 체결한 계약은 ▲나노테크에너지와 ESS·UPS용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2조4000억원), ▲사우디 GCC Lap과 4695 규격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3360억원), ▲국내 피라인모터스와 21700 배터리 공급 계약(1575억원) 등 총 2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납품은커녕 생산설비 구축조차 지연되며 공급 성사 가능성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투자자인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SKAEEB TRADING & INVESTMENT)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올해 3월 설립된 해당 법인은 산업부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서울 금천구에 국내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장 관계자들은 “금양과 관계 없다”, “배터리 사업이 아닌 여행업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해당 투자사는 자본금 1억원 규모 신생 법인이며 대표자는 사우디 국적 ‘AL SHEHRI, ALI FAIZ S’로 등록돼 있다.
금양은 “8월 중순 투자사 대표가 방한해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재까지 정황으론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금양은 유증 자금을 공장에만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체불 임금과 채무 상환 등 긴급 유동성 수요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기장 드림팩토리2와 수소퀀텀센터 등 주요 자산은 채권자 권리 행사로 묶인 상태이며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이 임금체불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납입 실패를 두고 시간 끌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금양은 최근 감사의견 거절이 두 차례나 이어지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쳤다. ‘사우디 투자 유치’라는 대외 홍보와는 달리 내부는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금양 측은 “납입일 연기 공시를 재차 하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회사는 투자사를 도와 투자금이 최대한 빨리 납입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지 확인’이란 해명만 반복되는 사이 실질 투자도, 설비 완공도, 납품도 모두 정상화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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