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불안의 그림자 속에 들어서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로,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금융센터(KCIF) 또한 미국 고용 부진과 프랑스의 재정 불안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으며, 달러 약세와 미·인도 갈등, 그리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결합된 복합 위기를 경고했다.
이 같은 흐름의 가장 큰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이 자리한다.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자원·에너지 시장과 공급망, 금융 질서 전반에 충격을 가하며, 각국 경제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젤렌스키도 고민에 빠지고 미국도 수렁에 빠지고 있는 러우전쟁
러우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곡물 충격
러우 전쟁은 국제 원자재 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쳤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자 유럽 최대 가스 공급국이었고,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불린다.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급격히 줄이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겪었고, 이는 유럽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곡물 시장 역시 불안정해졌다. 흑해 곡물 수출 경로가 차단되면서 밀·옥수수 가격이 단기간 폭등했고, 이는 중동·아프리카 저개발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주요국에서는 식량 수입 비용 급증이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외교부가 최근 발표한 ‘국제경제동향’ 보고서에서도 아프리카 각국이 식량 가격 충격에 대응하지 못해 재정적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금융시장과 환율, 불안정한 균형
전쟁은 금융시장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과 맞물려 달러 약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러우 전쟁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와 원자재 통화 강세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럽은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에너지 보조금 확대와 국방비 증액이 재정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유럽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인도는 내수 소비와 디지털 산업 성장에 힘입어 6.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견조한 성장’의 예외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인도 역시 미·중, 미·인도 갈등에 휘말릴 경우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복합적 리스크의 중심에 선 전쟁
전문가들은 러우 전쟁이 단지 에너지와 식량 문제를 넘어 글로벌 리스크 전반의 ‘불씨’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전쟁으로 인해 NATO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방비 확대가 불가피해졌고, 이는 각국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 또한, 원자재 가격 불안정은 공급망을 흔들며, 물가를 자극하고,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무역 갈등, 인플레이션 재발, 통화정책 혼선, 금융 불안정, 부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러우 전쟁은 이러한 불안 요인들을 증폭시키는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지역별 경제 전망과 전쟁의 여파
세계경제 전망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선진국의 둔화가 두드러진다. 미국은 1.3%, 유럽은 0.8%, 일본은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용 부진, 재정 압박, 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글로벌 수요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나, 그 속내는 단단하지 않다. 인도(6.4%)는 견조하지만, 중국(4.1%)은 부동산 위기와 미·중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아세안(4.6%), 러시아(2.0%), 브라질(2.1%) 역시 전쟁에 따른 무역 차질, 원자재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와 서방 제재로 인해 ‘내수 중심 버티기’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지만, 금융·기술 제약으로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
한국 역시 전쟁과 글로벌 둔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은 수출입 가격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달러 약세 국면은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Value Up’ 프로그램과 증권거래 개혁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 하지만, 대외적 변수는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는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전쟁 장기화가 가져올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다. 동시에 글로벌 경기 둔화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적극적인 외교·통상 전략과 함께, 디지털 금융·녹색 전환 등 신성장 산업에 기반한 ‘회복력 있는 경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쟁 없는 평화가 경제 안정의 첫걸음
2025년 세계경제의 키워드는 둔화와 불확실성이다. 미국의 고용 부진, 프랑스의 재정 불안, 달러 약세, 무역 갈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그 배경에는 러우 전쟁이 자리한다.
전쟁은 단순히 군사적 충돌을 넘어 세계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보이지 않는 전선’이 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 경제의 안정은 평화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국제사회가 전쟁 종식과 협력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가 향후 세계경제의 향배를 좌우할 것이다.
러우 전쟁은 오늘날 세계경제가 얼마나 지정학적 변수에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며, 이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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