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은 매각 검토가 공시된 지 5개월 만에 본입찰 단계가 진행됐다. 매각 대상에 올라와 있는 유통회사들과 견줄 때 진전이 빨랐던 셈이다.
11번가 등은 한 해가 지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데 애경산업이 높은 기대감을 갖는 건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매각 희망가로 알려진 금액은 6000억원이다.
우선협상자로는 신사업에 목말라있던 태광그룹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 매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애경산업으로선 올해 자회사를 비롯해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는 일이 과제다.
애경산업 매각, 순항?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모태가 된 애경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올랐다. 애경산업이 팔린다는 소문에 매각 검토를 공시한 지 5개월 만이었다.
AK홀딩스는 지난 4월 2일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후 7월 29일 애경산업 매수 희망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접수받고 소수의 매수 희망자와 실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재공시했다.
애경산업을 두고 물밑 경쟁이 펼쳐졌다.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 컨소시엄, 폴캐피탈코리아, 앵커에스쿼티파트너스(앵커EP) 세 곳이 적격 인수 예비후보로 숏리스트에 올랐다. 이후 앵커EP를 제외한 두 곳이 지난달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홈플러스 등 유통 매물 지지부진
매물로 올라온 다른 유통회사들이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비하면 애경산업 매각 과정은 순항 중이라고 말할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적으로 11번가와 홈플러스는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
11번가는 2년 전 기업공개(IPO)가 불발된 이후 모회사인 SK스퀘어가 몸집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나온 이후 매각 관련 큰 진전은 없다. 지난해 큐텐·오아시스마켓 등과 인수 협상이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6월 매물로 나왔으나 지난 3월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업계 파장을 몰고왔다. 소리 소문 없이 거래처 매출채권 회수가 불가능해지면서다. 매수 의향자가 짊어질 부담이 커진 셈인데 내달까지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파산에 이르게 된다.
11번가와 홈플러스도 한때는 건실한 유통회사였지만 이들은 적자 늪에 빠져 있다. 반면 애경산업은 회사 자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표면적으로라도 현금 유동화가 필요한 AK홀딩스를 위해 매물이 된 셈으로 영업이익은 4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태경그룹 새 주인?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태광산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택했다. 태광산업이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꾸린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지주사인 AK홀딩스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지분 63% 인수를 눈앞에 두게 됐다.
매각 희망가로 거론돼온 건 6000억원인데 태광그룹 역시 예비입찰 단계에서부터 지분 100%를 기준으로 6000억원 이상으로 가격을 써냈으며 거래 지분 인수가격은 4000억원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기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 4294억원 중 거래 지분이 2705억원임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2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기업들의 경우 거래 양측 간 희망하는 가격이 맞지 않아 M&A가 고사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경산업은 제값을 받게되는 셈이다. 태광그룹으로서도 17년만에 재개한 M&A로 그간 목말랐던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입장인 만큼 아쉽지 않은 금액을 제시해 거래 성사 가능성을 키운 걸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 인수로 화장품 사업을 새로운 그룹 성장 동력으로 키울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애경산업은 올해 들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자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해 실적 개선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분기순손익이 각각 60억원, 50억원으로 63%씩 급락했으며 2분기에도 36%, 14%씩 하락했다. 상반기 애경산업 자회사인 원씽은 반기순손실이 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1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일 공시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자회사 원씽에 운영 자금으로 10억원을 대금했다.
한편 우협 선정을 앞뒀던 상황에서 AK홀딩스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애경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그룹 재무구조 개선 등 여러 상황에 맞춰 매각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며 “판단은 매수자 쪽에서 하겠지만 자금 대여를 통해 자회사 운영을 돕는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재무제표상 상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매각가 하락)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찰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 돼 딜(거래·합의)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AK홀딩스가) 애경산업 가치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으며 계약이 되더라도 파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매각 완료 시기를 말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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