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기업 규모 커지면 성장 막혀"…'차등규제'에 가로막힌 기업 성장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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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기업 규모 커지면 성장 막혀"…'차등규제'에 가로막힌 기업 성장 역설

폴리뉴스 2025-09-08 09:58:18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기업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각종 규제가 일괄 적용되는 국내 제도 환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성장에 따른 인센티브보다 규제가 먼저 따르는 구조 속에서, 기업이 스스로 규모 확대를 회피하는 '역성장' 전략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히는 구조"라며 현행 차등규제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내 12개 경제 관련 법령에 산재한 343건의 기업별 차등규제를 전수조사해 그 실태를 공개했다. 또 이들 규제 가운데 상당수가 법적 근거나 실효성이 부족하며, 오히려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이날 행사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직접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대표적인 차등규제 사례는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기준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는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의 조항이 일괄 적용되며, 상법상 규제 항목이 기존 8개에서 20개로 급증한다. 이는 자산총액 기준 5000억원 이상~2조원 미만 기업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상법에 '2조원 허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산이 1조9000억 원에 이른 기업은 그 이상 커지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기업을 쪼개거나 성장을 유예하는 전략을 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자산 1조~2조원 구간에 있는 상장사는 총 137개에 달하며, 이들 상당수가 상법상 규제 확대를 피하기 위해 성장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3% 의결권 제한은 경영권 방어에 치명적일 수 있어, 외부 투기자본의 위협을 우려하는 기업들에겐 상당한 부담"이라며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성장보다 현상 유지를 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 역시 주요한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법은 자산총액 5조원을 기준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GDP의 0.5% 이상)으로 구분하며, 각각 차등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6개의 규제를,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무려 13개에 달하는 각종 제한을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상호·순환출자 금지, 사전적 채무보증 금지, 내부거래 공시 의무, 금산분리 규제 등이다.

연구팀은 "해외 주요 지주회사들은 막대한 외부자금을 조달해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공정거래법상 외부 자금 유치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90조 원 이상의 외부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M&A를 단행한 바 있지만,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는 규제에 막혀 동일한 방식의 경영 전략을 펼치기 어렵다.

차등규제의 또 다른 대표 사례는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 영업시간 제한(0시~10시) 등을 강제하고 있다. 규제 적용 기준은 점포 면적과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대기업 유통사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유통 소비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온라인 쇼핑과 새벽 배송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오프라인 대형 유통채널에만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은 물론 유통산업의 경쟁력 자체를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미 24시간 운영되는 온라인 플랫폼과 편의점으로 이동했는데, 대형마트만 밤 10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단순한 공정성 문제를 넘어 글로벌 유통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뒤처지는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차등규제는 기업의 규모 자체가 리스크가 되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의무, 책임, 비용은 급증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나 제도적 유연성은 전무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김영주 교수는 "차등규제는 원래 경제력 집중 억제나 중소기업 보호 목적이지만, 현실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단순히 자산 규모로 일률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지배력이나 업종 특성 등을 반영한 합리적 기준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역시 "규제를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기업이 커지는 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이 늘어난다는 건 동의하지만, 그만큼의 보상도 있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관련 입법·정책 개선안을 정부 및 국회에 제안할 방침이다. 규제의 합리적 재설계가 단순히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과제임을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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