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골 넣는 미드필더’ 미켈 메리노가 화려한 득점 기록에 하이라이트 경기를 하나 더했다. 스페인 대표로 A매치에 나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득점뿐 아니라 중원장악과 힘이라는 측면에서 메리노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경기였다.
8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콘야의 콘야 메트로폴리탄 시립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E조 2차전을 치른 스페인이 튀르키예를 6-0으로 대파했다.
튀르키예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이번 경기 선발 명단을 보면 인테르밀란 주전 하칸 찰하노을루, 레알마드리드 주전으로 도약 중인 아르다 귈레르, 유벤투스 주전 케난 일디즈가 있어 중원만큼은 세계 최강 스페인과도 대적해 볼 만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원 파괴력에서 경기가 갈렸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선발 스리톱 니코 윌리엄스, 미켈 오야르사발, 라민 야말은 한 골도 넣지 않았다. 세 명 합쳐서 6도움을 기록하면서 동료들의 득점을 어시스트하기만 했다.
대신 마무리를 맡은 게 미드필더들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메리노가 3골을 몰아쳤고, 페드리가 2골을 터뜨렸다. 교체 투입된 윙어 페란 토레스가 한 골 넣은 게 유일한 공격진의 득점이었다.
특히 메리노의 결정력이 불을 뿜었다. 페드리의 선제골로 앞서고 있던 전반 22분 스페인의 착착 맞아들어가는 패스 플레이가 튀르키예 수비를 교란했고, 오야르사발이 밀어 준 공을 노마크 상태였던 메리노가 마무리했다. 노마크이긴 해도 슛을 하기 쉬운 자세와 각도가 아니었는데 왼발 원터치 슛을 골문 구석에 꽂아 넣는 모습은 해리 케인을 연상시켰다.
후반 1분에도 오야르사발의 도움을 받아 메리노가 골을 추가했는데 이번엔 오른발 원터치 슛이었다. 이로써 스페인은 세 골 차로 달아났다.
토레스가 한 골 보태고 단 4분 지난 후반 11분, 메리노의 해트트릭이 완성됐다. 속공 상황에서 동료들보다 한 발 늦게 전진하던 메리노는 야말이 옆으로 밀어 준 패스를 받고 전달할 곳 없나 둘러보다가 직접 마무리를 택했다.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려 골문 구석에 꽂아 버렸다. 5분 뒤 페드리의 골로 스페인이 대승을 완성했다.
메리노는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슛 4개로 3골을 몰아쳤다. 패스 성공률 89%, 키 패스 2회, 공중볼 경합 1회 승리, 공 탈취 3회, 가로채기 1회, 걷어내기 1회로 공수 양면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여줬다.
메리노의 득점력은 지난 시즌 유명해졌다. 소속팀 아스널 공격수들의 줄부상으로 최전방에 올라가 뛰어야 했는데, 득점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과 간결한 마무리가 기대 이상이었다. 아스널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7골 2도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골 3도움을 올렸다.
국가대표 득점력도 아스널 이적 후 급상승했다. 국가대표 데뷔 후 5년 동안 31경기 2골을 넣었는데, 올해 들어 3월, 6월, 9월 소집에 꼬박꼬박 골을 넣으며 6경기 6골을 기록 중이다. A매치 37경기 8골 중 득점 대부분을 최근 반년간 넣었다.
메리노의 공 다루는 기술은 현 스페인 대표 선수 중 투박한 편이다. 대신 큰 체격과 좋은 판단력으로 중원을 장악하고, 상대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마무리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메리노는 팜플로나 지역 출신인데, 산악 지역 바스크 바로 근처라 바스크인들이 많이 정착했다. 팜플로나를 대표하는 팀 오사수나에서 프로 데뷔한 뒤 해외 진출했다가 향수병에 시달린 메리노는 바스크 구단 레알소시에다드에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고 지난해 아스널로 이적했다. 바스크인과 인근 팜플로나는 출신 선수들의 특성뿐 아니라 연고 구단들도 힘과 투지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팀에서도 바스크 및 팜플로나 출신 미드필더가 다른 지역 출신보다 더 많은 몸싸움과 투쟁심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았다.
스페인이 전성기를 누렸던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연속 우승 기간에도 바스크 출신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가 중원에서 ‘박스 투 박스’에 가까운 임무를 맡았다. 알론소는 어느 클럽 팀에서나 후방 플레이메이커로서 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지만, 대표팀에서는 카탈루냐 출신 세르히오 부스케츠에게 후방 조율을 대신 맡기고 알론소가 경기장 곳곳을 더 넓게 뛰어다니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세계 최강 스페인이 유로 2024 우승에 이어 월드컵 우승까지 노리는 과정에서 메리노의 힘과 마무리 능력은 중요한 요인이다. 기술적인 동료들을 보완하며 스페인을 더 약점 없는 팀으로 완성시키는 기능을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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