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의 절반 가까이를 태운 호주 산불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 20년 동안 지구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남반구의 두 국가는 지리적 환경과 생태적 다양성 덕분에 세계의 눈길을 끌어왔지만, 동시에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 해양 열파, 산불과 같은 재난이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무대가 되었다.
호주는 이미 1910년 이후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했고, 바다 또한 1도 이상 가열되며 해양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현실적 재앙으로 이어졌다.
2019년부터 2020년으로 이어진 이른바 ‘블랙 서머(Black Summer)’ 산불은 그 상징적 사건이었다. 당시 약 2400만 헥타르가 불타올랐고, 3천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희생되거나 터전을 잃었다. 인간 피해 역시 막대하여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 채의 주택이 파괴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 산불이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일상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주의 극단적 화재 조건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화재 시즌 역시 길어졌다.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그 경향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곧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문제로 부상했다.
호주 기상청과 과학기구 CSIRO가 공동으로 발표한 최근 보고서는 호주의 기후가 앞으로도 더욱 따뜻해지고, 산불 위험은 계속 확대되며, 해양은 열파와 산성화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바다의 변화는 해양 산호초와 어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이는 곧 어업과 관광 산업에도 직격탄이 된다. 더불어 해수면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저지대 해안 도시들은 장기적으로 침수 위험을 안고 있다. 호주 정부와 학계는 기후 위기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재난”으로 정의하며, 기후 정책의 실패가 곧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정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 뉴질랜드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뉴질랜드 역시 기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909년 이후 평균 기온은 1.37도 상승했고, 2022년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빙하는 1970년대 이후 30% 가까이 줄어들었고, 극단적인 폭우와 홍수가 빈번해지고 있다.
2021년 7월 웨스트 코스트에서는 3일간 690밀리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마을이 침수되고 기반 시설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 강수 강도가 더욱 세지고, 해수면 상승과 겹쳐 홍수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면은 금세기 후반까지 최대 1미터 이상 높아질 수 있으며, 지반 침하가 진행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그 속도가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이는 뉴질랜드의 주요 도시와 항만, 그리고 해안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직접적 요소다.
산불 위험도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남섬을 중심으로 산불 위험이 전반적으로 낮았으나, 북섬 일부 지역에서는 위험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 2050년까지 몇몇 지역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뉴질랜드는 울창한 숲과 자연을 관광 자원으로 삼아왔는데, 산불 위험 증가는 그 자체로 국가 브랜드와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문제가 된다. 또한 농업과 목축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상 기후 변화는 곡물 수확량, 가축 생산성, 수자원 확보 문제로 직결된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험은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사회, 정치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호주에서는 이미 화재로 인한 대규모 보험 손실과 정부 재정 압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신용도와 경제 성장률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뉴질랜드는 농업 생산 기반의 흔들림과 관광 산업의 위축, 해안 도시 인프라의 붕괴 위험이라는 이중 삼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두 나라는 기후 위기를 ‘국가 안보 문제’로까지 정의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 산업 구조 전환, 국제 협력과 같은 근본적 해법에서는 갈 길이 멀다.
특히 호주의 경우 석탄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기후 정책에서의 이중성이 비판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불 대응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해외로는 대규모 석탄을 수출해 온실가스 배출을 외부화하는 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지만, 농축산업의 메탄가스 배출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두 국가는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원인 제공자로서 이중적 위치에 놓여 있으며, 국제 사회의 압력과 내부 개혁 과제 모두를 떠안고 있다.
지난 20년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님을 증명한다. 산불은 일상화되고, 해수면은 눈에 띄게 높아지며, 극단적 기상 현상은 평범한 뉴스가 되었다.
이는 인류 전체가 직면한 위기의 축소판이자, 향후 세계가 겪을 수 있는 재난의 예고편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격랑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행동을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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