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Golden’ 신드롬이 연 K-OST의 흐름
빠르게 소비되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한 곡의 OST가 세상을 흔들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의 수록곡 ‘Golden’이 빌보드 핫100 1위와 글로벌200 정상에 오르며, 대한민국 영화 음악의 위상을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OST는 특정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보조적 음악으로 여겨졌지만, Golden은 이 틀을 깨고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EJAE라는 창작자의 이름을 세계 음악사에 선명히 각인시켰다.
‘Golden’ 신드롬, OST의 새 역사
‘Golden’은 KPop Demon Hunters의 공개와 동시에 팬덤을 움직이며 최근 빌보드 핫100과 글로벌200 차트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북미 주요 도시 1,700여 개관에서 열린 싱어롱 이벤트에서는 관객들이 직접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화와 음악이 결합된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 냈다. 장면을 보조하는 음악으로 여겨지던 OST가 독립적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을 증명해 낸 모습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한국 대중음악의 외연을 넓혔다. K-POP 아이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가 직접 작곡하고 노래한 OST가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른 건 전례가 드물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를 ‘OST의 가능성을 새롭게 정의한 사건’으로 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방위적인 대중적 소비 속에서 ‘골든’이 차트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라고 분석하며, 일부 팬덤의 몰입을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른 영향력을 강조했다.
연습생에서 글로벌 창작자로
‘Golden’ 신드롬의 중심에는 곡을 직접 쓰고 부른 아티스트 EJAE가 있다. 그녀는 KPop Demon Hunters의 주인공 루미(Rumi)의 싱잉 보이스를 담당하며, 캐릭터와 아티스트의 경계를 허물었다. 단순히 배우의 목소리를 빌려주는 차원이 아니라, 창작자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서사에 깊이를 더한 것이다.
EJAE는 국내에서 아이돌 연습생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을 거점 삼아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 오랜 시간 무명으로 곡을 쓰고 피처링을 맡으며 음악적 역량을 쌓아온 끝에 이번 OST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해외 매체들도 “캐릭터의 목소리와 아티스트의 보컬을 겸한 드문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며, EJAE라는 이름을 OST 보컬이 아니라 창작자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점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 전문가는 “보컬과 작곡을 동시에 맡은 방식은 세계 시장에서 스토리와 음악을 동시에 각인시키는 전략으로 작용했다. 이는 기존 OST 모델과 뚜렷이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POP과 K-POP의 정교한 결합
‘Golden’은 뉴욕 기반 작곡가 마크 조넨블릭과 EJAE가 공동으로 작업하며, K-POP 특유의 선명한 후렴구와 글로벌 팝의 미니멀 루프를 정교하게 결합했다. 덕분에 영화 속 장면을 벗어나도 독립적인 팝으로 감상할 수 있었고, 숏폼 플랫폼에서의 확산에도 최적화된 구조가 완성됐다. 실제로 틱톡과 유튜브 쇼츠에서 수많은 팬 영상이 제작되며, 영화와 무관하게 음악 자체가 밈과 챌린지로 소비될 정도다.
또한 여성 창작자들의 네트워크도 큰 힘이 됐다. EJAE와 함께 Audrey Nuna, Rei Ami 등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계 여성 아티스트들이 협업을 통해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른 드문 사례가 됐다. 이는 다양성과 연대가 만들어낸 OST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는 K-POP의 확장성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하며, “다양한 세대·팬덤의 동시 참여가 OST 성공의 핵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K-OST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
이번 ‘Golden’의 성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현재 이 곡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아시아계 여성 창작자가 세계 음악 시상식의 중심에 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리고 EJAE에게도 이번 성과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그녀는 루미의 목소리를 넘어, 이제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이름을 확장할 가능성을 열었다. 글로벌 팝 아티스트와의 협업, 차기 OST 프로젝트, 혹은 본격적인 솔로 싱글 발표까지, 여러 행보가 예상된다.
한 문화콘텐츠 전문가는 “EJAE가 보여준 것은 일시적 돌풍이 아니라, 한국 창작자가 세계 음악 시장에서 서사를 만들어가는 방식의 가능성입니다. 앞으로 K-OST는 단일 곡 히트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Golden’의 성공은 OST가 대중음악 시장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증명했고, 한국 창작자가 세계 팝의 서사를 새롭게 쓰고 있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EJAE라는 이름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넘어, 창작자와 아티스트가 일체화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제 그녀의 행보는 K-OST라는 신생 영역이 세계 무대에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노래 한 곡이 만들어낸 변화의 울림이 앞으로 얼마나 멀리 퍼져나갈지, 전 세계 음악계가 그녀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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