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정부가 에너지 정책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 환경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분리되는 것은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 통합 이후 32년 만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구상에서 비롯됐다.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발 통상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산업부의 통상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긴박했던 최근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산업부 협상팀이 조선 등 산업, 에너지 카드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면서 협상 타결을 극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며 “에너지 기능이 떨어진다면 다시는 이런 기민한 대응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대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1천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제시하며 자동차·철강 분야의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에너지 현안이 향후 대미 통상 협상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에너지 기능 분리가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기후·환경을 중시하는 맥락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으로의 쏠림 현상이 생기면 전통 에너지의 중요성 인식이 약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라는 관점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을 맡게 되면 재생에너지 확대 드라이브로 전기요금이 급등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산업 정책으로서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부의 관점에서 본 에너지 정책은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각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향후 나올 에너지 정책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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