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에 나선다. 지난 6월 이후 78일 만에 여야 대표의 회동이기도 하다. 오찬 뒤에는 장 대표와의 첫 단독 회동도 예정돼 있어,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3대 특검법’ 처리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만남이 협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78일 만의 회동, 첫 단독 만남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일정으로 꼽힌다. 지난 6월 22일 김병기 당시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 이후 78일 만에 마련된 자리다. 특히 제1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마주 앉는 첫 자리이자, 장 대표 취임 13일 만에 이뤄진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 직후 여야와의 소통을 지시했다”며 “야당 측이 요청한 단독 회동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욱 정무비서관은 “국정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정 현안과 외교 성과 공유
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최근 한미·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통상·안보 협상 과정에서 야당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민주당 주도의 개혁 입법 등도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또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이민 당국에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교섭 결과와 행정 절차도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대통령은 외교·경제·민생 현안을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야당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수 정치’의 상징성과 회의론
정치권의 시선은 양당 대표가 실제로 손을 맞잡을지 여부에도 쏠린다. 정청래 대표가 “내란 세력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며 국민의힘과의 접촉을 거부해왔고, 이에 송언석 원내대표가 “저도 사람하고만 대화한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격화돼 왔다.
대통령이 양당 대표와 함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여야 극한 대립을 완화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제스처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은 협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민생 법안이나 예산 협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협치 복원의 조건과 정치적 계산
이번 회동에는 여야 모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대통령은 여당 독주 이미지가 오만과 독선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며,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균형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있다. 장동혁 대표 역시 민주당의 국회 운영을 비판하고 ‘반정부 투쟁’ 기조를 강조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협치가 실질적으로 복원되려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례적 여야 대표 회동, 초당적 민생 협의체 구성, 쟁점 법안 공동 협상 구조 등 제도화된 협치 시스템이 마련돼야 신뢰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평론가는 “야당과의 협상이 민생 해결로 이어져야 이재명 정부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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