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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규모 수익형 부동산 개발에서 1층 공간은 토지주와 건축주에게 가장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주차장법은 필로티 1층 대부분을 주차장으로 할애하도록 강제해 개발의 사업성을 크게 저해한다. 필자가 최근 진행한 소규모 부동산 프로젝트에서도 1층 주차장 최소화와 상가 공간 확대는 사업성 검토의 핵심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법적 제약 탓에 사업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이다.
경기가 많이 안 좋다는 말이 일상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2종, 3종 일반주거지역을 대상으로 3년간 용적률 50% 완화라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경기 부양과 주거 환경 개선을 동시에 노린 시도다. 하지만 아무리 용적률을 완화해도 현재의 주차장법이 발목을 잡는 한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1층에 상가나 공공시설 같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법·제도의 틀 안에선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현실은 매일 사람들이 붐비는 연남동, 익선동의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들 지역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건물주들이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존 건물 1층을 주차장이 아닌 상가 공간으로 활용한 덕분에 지역의 활력이 살아났으며 주민과 방문객이 교류하는 동네만의 특별한 매력을 형성할 수 있었다.
한편, 도쿄의 주차장 관련 조례는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도쿄에서는 대규모 개발이나 특정 상업시설에만 일정 비율의 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통 1500~2000㎡ 미만의 소규모 건축물과 토지에는 주차장 설치를 의무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도심 내 자가용 차량의 과도한 유입을 억제하고 토지 활용을 극대화해 도시를 보행자 중심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도 이러한 도시 설계 철학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 소규모 건축물에서 1층 주차장을 아예 없애고 그 공간에 상가, 카페, 작은 갤러리, 어린이 놀이 공간 등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은 동네의 활력과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공동체를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한 가지 방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청사, 학교 부지 등 넓은 부지를 활용해 ‘공용주차장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일이다. 즉, 다가구·다세대 주택과 같은 소규모 개발 시 1층 주차장 설치 의무를 없애는 대신 주민이나 건축주가 공용주차장에 주차 공간을 유료로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별 건축물 주변의 주차 공간 확보 부담이 대폭 완화되고 도로와 골목길은 차량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도시는 사람 중심이어야 하며 골목길과 마을의 작은 마당이야말로 건강한 도시 생활의 심장이다. 어린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으며 주민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간적인’ 도시 공간으로 복원할 때 우리 동네의 삶의 질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현재와 같은 필로티형 주차장으로 가득 찬 비인간적 공간은 이제 과감히 변화해야 할 때다. 시민의 안전과 휴식, 교류가 보장되는 골목길을 되찾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 재조성만이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 만들기’라는 미래 비전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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