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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릉의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인 400㎜ 안팎에 불과하다.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고 유입 하천은 사실상 말라붙었다. 용수의 85%를 오봉댐에 의존하는 강릉은 물 부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절수와 제한급수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응급 처방일 뿐이다. 가뭄이 되풀이되는 현실 속에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배경에서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강원 평창군의 도암댐이다. 도암댐의 저수량은 약 3000만t으로 이는 오봉댐 저수량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현재 오봉댐의 저수율이 15% 미만에 머무르는 동안 도암댐은 만수위에 가까운 저수량을 유지하며 풍부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다. 강릉과는 20㎞ 남짓 떨어져 접근성도 뛰어나다. 도암댐은 지하 수로를 통해 강릉 남대천으로 물을 보내는 유역변경식 발전시설로 1991년부터 방류를 시작했지만 수질 문제와 지자체 간 갈등으로 2001년 이후 20년 넘게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댐 운영이 중단된 이후 환경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도암댐의 수질은 점진적으로 개선돼 현재 오봉댐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강릉시는 낮은 수온에 따른 농작물 냉해 우려와 수질 불안으로 도암댐 활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암댐 하류 지역인 정선군도 도암댐 활용에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암댐 물을 강릉으로 방류할 경우 정선 지역의 수량 감소를 우려해 “강릉의 물 부족을 이유로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가뭄 해결을 위해 인근 지역에서 물을 끌어와 공유한 사례는 많다. 2023년 전남 순천의 주암댐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인근 보성군에 있는 보성강댐 물을 끌어와 위기를 넘겼다. 한편 충남 서북부에서는 상습적인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금강 하류에서 물을 끌어오는 도수로를 설치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성강댐의 경우 전력 생산 감소에 따른 손실 보전방안을 마련했고 금강 도수로 사업에서는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한 정화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이러한 사전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했기에 물을 공유할 수 있었다.
강릉의 도암댐 활용도 앞선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각 지역에서 제기하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질 정보 공개, 발전 수익의 지역 환원, 환경영향 최소화 방안 등을 전제한다면 합리적 협상은 가능하다. 지금은 ‘누가 손해를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기다.
이번 강릉의 극심한 가뭄은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도암댐 활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수질 문제와 지자체 간 갈등이라는 장벽은 여전하지만 지금이 도암댐 활용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할 적기임은 분명하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도 나서 해법을 고민하는 모습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비가 내려 가뭄이 해결되면 관심도 사라질 우려가 크다.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가뭄은 단순한 한 철의 위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는 점점 심해지고 지역 간 물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 물을 나눠 쓰는 지혜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수도 계량기를 잠그는 식의 ‘땜질식 대응’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시민의 적극적인 물 절약 실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도암댐과 같은 잠재적 자원을 활용하려는 지자체와 정부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지역 간 물 공유 원칙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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