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한국 빙상이 올림픽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지도자 선임 문제와 행정 혼란, 국제 대회 피싱 사기 사건까지 겹치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효자 종목’ 쇼트트랙의 내홍은 대한빙상경기연맹 내부를 넘어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달 20일 제3차 이사회에서 지도자 교체를 의결하며 윤재명(49) 감독과 A 코치를 각각 보직 변경, 해임 처리하고 김선태(49) 성남시청 감독을 임시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연맹은 5월 국제 대회 기간 발생한 공금 처리 문제로 징계가 내려진 뒤 지도자 공백이 길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해당 지도자들이 대한체육회 재심과 법원 가처분으로 자격을 회복한 상황에서 별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다시 징계를 내린 것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낳았다.
새로 부임한 김선태 감독의 과거 이력도 문제가 됐다. 그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이끌었고, 중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조재범(44) 전 코치의 폭행 사건과 관련해 거짓 보고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1년을 받았던 이력이 있다. 이에 ‘징계 전력이 있는 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운영 규정 위반 지적이 제기됐다. 연맹은 관리 소홀 사유일 뿐이라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5일 김선태 감독을 선수촌에서 퇴출하며 상위 기관의 유권 해석을 받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빅토르 안(40)의 대표팀 코치 복귀설까지 제기되며 선수단 내부 갈등과 법정 공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재명 감독과 A 코치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지도 체계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행정 부실 문제도 불거졌다. 연맹은 올해 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대회 조직위를 사칭한 계좌로 총 6000만원가량을 송금했다가 뒤늦게 피싱 사기 피해임을 알게 됐다. 이 가운데 최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니어 월드컵 관련 비용 일부(2100만원)는 은행으로부터 반환받았지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월드투어 대회 송금분(약 3900만원)은 여전히 회수되지 않았다. 연맹은 “청구서와 이메일 양식이 실제 조직위와 거의 동일해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약속했다.
잇따른 지도자 인사 갈등과 행정 실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빙상에 적신호를 켜고 있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6개를 따낸 쇼트트랙 대표팀은 최근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개인전 노메달에 그치는 등 성적 부침도 뚜렷하다. ‘빙상 강국’의 명성이 내홍 속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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