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2025-2026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희망과 좌절이 교차한 무대였다. 학부모석의 절규에도 지명률은 36.2%에 그쳤다.
한국배구연맹은 앞서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25-2026시즌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56명, 대학교 재학생 1명, 실업팀 소속 1명 등 총 58명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 가운데 수련 선수를 포함해 단 21명이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지명률은 36.2%로, 역대 최저였던 2020-2021시즌의 33.3% 이후 2번째로 낮은 수치다.
1라운드에서는 각 구단들이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를 선택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중앙여고의 장신(188cm) 미들블로커 이지윤(18)을 전체 1순위로 호명하며 시작을 알렸다. 이어 페퍼저축은행이 세화여고 김서영(18)을, IBK기업은행이 선명여고 하예지(18)를 지명했다. GS칼텍스는 일신여상의 최윤영(18)을, 현대건설은 한봄고의 이채영(18)을 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근영여고 정솔민(18)을, 마지막으로 정관장이 중앙여고의 박여름(18)을 낙점하며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이후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2라운드부터 ‘패스’를 선언하는 구단이 나오자 현장은 술렁였고, 3라운드에서는 단 한 팀만 선수를 호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수련 선수 차례에서도 많은 구단들이 선택을 외면하면서 드물게 선수를 뽑는 장면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간절히 기회를 바라는 선수, 학부모들의 기대와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움직이는 구단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특히 4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가족석에서는 “뽑아주세요. 감독님, 단장님, 뽑아주세요. 선수들 고생한 거 보고 좀 뽑아주세요”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현장의 긴장감은 더해졌다. 그러나 끝내 21명만 프로의 문을 통과했고, 이름이 불리지 못한 선수들은 가족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환호와 좌절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낮은 지명률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프로 구단의 제한된 재정 사정, 그리고 무엇보다 열악한 선수층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구단 입장에서는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 선수를 억지로 뽑기 어렵다. 이는 한국 여자배구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근본적인 현실과도 맞닿는다. 장기적으로는 유소년 시스템부터 강화하지 않으면 선수 수급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드래프트 후 지도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현실과 한계를 토로했다. 강성형(55) 현대건설 감독은 “작년보다 학부모들의 호소가 줄었지만, 그런 목소리가 전달돼서 수련 선수까지 뽑았다”며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 1명이라도 더 취업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희진(45) 정관장 감독은 “선수를 많이 뽑으면 좋지만, 구단마다 사정이 있다. 우리 팀은 로스터가 이미 꽉 차 있다”며 “배구인으로서, 또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감독으로서 ‘내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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