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관봉권 띠지'가 분실된 것과 관련해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열렸으나 당시 압수계 소속이었던 수사관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여권 내에서는 특검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상설특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사안을 직접 언급하고 나서 특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남부지검, 건진법사 압수수색서 특활비 추정 '관봉권' 확보
자금출처 알 수 있는 '띠지' 분실…관련 수사 막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는 5일 개최한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박건욱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이희동 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당시 압수계 소속이었던 김정민·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과정에서 1억6500만원의 현금을 찾았다. 이 가운데 5000만원은 한국은행이 밀봉한 '관봉권'이었다.
관봉권은 조폐공사가 새 지폐를 찍어 한국은행으로 보내며 보증 내용을 담은 띠지를 두른 돈이다.
관봉 지폐는 10장씩 띠지를 두르고, 묶음을 10개씩 비닐로 포장해 스티커를 붙인다. 스티커와 띠지에는 △현금 검수 날짜와 시간 △담당자 코드 △기계 식별 번호 △처리 부서 등 현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기재돼 있다.
해당 관봉권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2022년 5월 13일 한국은행이 검수한 것으로 확인돼 특활비가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관봉권의 띠지와 스티커 등을 분실하면서 관련 수사는 중단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압수물을 정식으로 접수하기 위해 현금을 다시 셌고, 이 과정에서 증거 일부가 유실됐다고 해명했다. 경력이 짧은 직원이 실수로 스티커와 띠지를 버렸다는 설명이다.
반면,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이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꼽히는 신응석 전 검사장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윗선'을 향한 수사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실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19일 진상 파악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감찰 등 모든 조처를 할 것을 지시했고, 대검은 감찰에 착수한 뒤 수사로 전환한 상태다.
검찰 수사관 "돈은 셌지만 관봉권은 기억나지 않아"
"남들 다 폐기해, XX들아"…비속어까지
이날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당시 실무를 맡았던 김 수사관은 띠지 분실 경위, 당시 현금을 직접 셌는지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임용돼 서울남부지검이 첫 근무지이다. 임용 후 올해 2월까지 압수수색물 관리를 담당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김 수사관에게 "관봉권 띠지 분실 여부는 기억이 안 나도 현금을 셌는지는 기억날 것 같다. 돈을 센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저는 그냥 기계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면서 "현금이 들어오면 무조건 세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김 수사관이 돈을 셌다고는 하니까 관봉권 띠지에 대해서도 셌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재차 물었고, 김 수사관은 "돈은 셌을 것 같다. 그때 당시 띠지로 묶여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해당 검사 또는 수사관으로부터 (압수한 현금에 대한) 원형보존 지시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수사관은 "구두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수사관은 원형보존 지시를 받았을 때 당시 현금의 비닐·띠지 등 관봉권 형태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압수물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그걸 하나만 (기억하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비닐에 쌓인 현금이 자주 들어오느냐"면서 "지금 수사관들이 '본인이 왜 그거 다 뒤집어쓰느냐'며 비웃고 있는 것은 아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법 제155조상 형사사건에서 증거인멸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김 수사관은 현재 같은 지검 남 수사관과 함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남 수사관도 "저는 해당 현금을 보지도 못했고 (압수물을) 수리한 담당자가 아니다"며 억울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들의 '모르쇠' 태도에 민주당 의원들은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장경태 의원은 "5천만원짜리 돈다발을 기억 못 하는 그런 정신머리를 가진 수사관이 어떻게 검찰에서 근무하느냐"며 "권력형 비리인데 수사관이 접수하며 다른 사건이 너무 많아서 어떤 사건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 옷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의원은 "검사는 저것(현금다발)을 그대로 보관하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그대로 보관되지 않았을 때 책임도 묻지 않았고 원인도 찾지 않았다. 수사관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한다"며 "이건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는 김 수사관이 미리 적어둔 의원들의 예상 질문 및 이에 대비한 답변 내용이 공개됐고 그 안에 비속어가 담겨있는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의원들이 확인한 김 수사관의 문서에는 '남들 다 폐기해 XX들아', '폐기 → 나 몰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서 의원은 "오늘 무슨 자세로 나온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XX인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수사관은 의원들의 추궁에 문구를 직접 적은 사실을 시인하며 "그냥 혼자 연습하다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與 "고의적 증거인멸 수사해야" 추미애 "거짓말 고수 연기"
민주당은 청문회 후 고의적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어제 국회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 전씨로부터 압수한 현금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이 검찰의 부실·늑장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 속에 처리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의 부실·늑장대응과 고의적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백 원내대변인은 "만약 검찰 지휘부가 윤석열-김건희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증거를 고의적으로 인멸했다면, 이는 명백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이러한 의혹은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도 검찰개혁이 얼마나 시급하고 필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며 "검찰개혁은 오랜 세월 논의했던 시대적 과제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법 위에 군림해 온 검찰공화국의 특권시대를 완전히 종식시키겠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관봉권 띠지 폐기 사건은 다른 큰 범죄나 윗선을 감추기 위한 검찰의 집단범죄, 조직범죄로 보인다"며 "수사관은 조직원의 하수인으로 조직의 눈치를 보면서 훈련받은 대로 허위의 답변을 반복하는 것 같다"고 썼다.
이어 "남부지검은 경력 짧은 수사관의 실수라고 변명했는데 짧은 경력자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거짓말 고수의 연기를 했다"고 했다.
그는 "'남들 다 폐기해 X신들아 책임을 물으면 수사중 폐기는 나 몰라 기억을 추궁하면 1000건을 기억 못해'라는 메모를 들고 훈련된 답변을 했다. 이런 조직에 수사를 맡길 수 없겠다"고도 적었다.
김필성 변호사 "김 수사관, 국회 보다 검찰이 무서울 것"
與,"윗선 감추려는 조직범죄…특검 수사가 답"
李대통령 "상설특검 등 방안 검토하라"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연루된 만큼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필성 변호사는 "장경태 의원이 위증에 대해 경고했지만 김정민 수사관 입장에서 지금 누가 제일 무서울까"라며 "김정민 수사관 입장에서는 검찰이 무섭지 국회가 무서운 게 아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제기권을 동시에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위증으로 (고발)되든, 띠지가 없어진 것에 대해 책임을 묻든 검찰이 수사한다, 지금 검찰이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끝나면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해서 기소할 수 있고 구형도 검찰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특검 수사 필요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관봉권 띠지 분실은 경력 짧은 수사관의 실수가 아닌 더 큰 범죄나 윗선을 감추기 위한 조직범죄"라며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특검 수사가 답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실 수사 우려를 털어낼 수 있도록 상설특검을 포함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정 장관에게 "상설특검을 비롯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무부는 상설특검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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