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고속도로 주유소 100곳을 시작으로 ‘내일 가격’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흐름을 반영해, 다음 날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를 미리 공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예측이 가능해 합리적 구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한국 시간 평일 오후 4~5시에 확정되는 현물가에 주유소 마진을 더해 다음 날 판매가격이 책정된다. ‘내일 가격’ 표시제는 바로 이 계산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주유소 풍경. 자료사진. / 뉴스1
그러나 한국주유소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지난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정책을 “전형적 탁상행정의 산물”이라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협회 주장은 간단하다. 실제 주유소는 매일 기름을 공급받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단위로 재고를 소진한 뒤 재공급을 받는다. 따라서 일일 단위로 가격이 바뀌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내일 가격’을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무의미한 정보라는 것이다.
업계 현실과 정책 괴리…협회, 대안으로 ‘가격고시제’ 제시
주유소협회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주유 경험조차 없는 사람이 만든 정책 같다”며 “소비자 서비스 개선 효과는 전혀 없고, 업계 부담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주유소 가격표시판. 과거 자료사진. / 뉴스1
특히 친환경차 확산과 각종 규제로 이미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또 다른 행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의 ‘내일 가격’ 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1만여 주유소의 뜻을 모아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과거 시행됐던 ‘석유류 가격고시제’ 부활을 대안으로 내놨다. 가격고시제는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격을 토대로 전국 단일 기준가격을 매일 고시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이 방식이 가격 정보 제공과 소비자 보호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목표는 투명한 가격 정보 제공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다. 그러나 주유소 업계는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올 하반기 고속도로 주유소 100곳에서 시범 도입되는 ‘내일 가격’ 표시제가 실제로 소비자 편익을 가져올지, 아니면 업계 반발처럼 불필요한 행정 부담만 남길지는 앞으로의 운영 결과가 판가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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