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하게 귀에 감긴다고, 쉽게 만드는 건 아니다. 이건 7일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K-팝 대표 밴드 '데이식스(DAY6)의 정규 4집 '더 데케이드(The DECADE)'에 대한 얘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좋은 노래는 결국 잘 들리는 거다. 데이식스 성진·영케이·원필·도운과 JYP엔터테인먼트의 JYP퍼블리싱 소속 홍지상은 젠체하면서 노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번 앨범 더블 타이틀곡 '꿈의 버스'와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 그 보기다. 팝 펑크 사운드에 격정적인 멜로디 그리고 벅차고 아련한 분위기가 결합된 '꿈의 버스'는 데이식스가 그간 빚어온 고유성을 더 단단히 한다. 빈티지한 강렬한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인사이드 아웃'은 데이식스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두 곡 모두 어렵지 않게 단숨에 귀와 마음에 꽂힌다.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구심력"('꿈의 버스'),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까지 아우르는 원심력"('인사이드 아웃')이 단단한 균형을 이루는 작품이 '더 데케이드'다.
정말 어려운 건 곡을 쓰는 일이 아니라, 곡을 쓰지 않고 버티는 일이다. 데이식스, 이들과 협업하는 홍지상은 개별적 작법이 무르익을 때까지 견뎌서 보편적인 화법으로 이를 풀어낸다.
"지금 꼭 움켜잡고 있는 / 이 버스 손잡이처럼 / 흔들려도 비틀대도 / 꿈을 놓지 않을 거예요"('꿈의 버스' 중) 같은 가사는 어떤가. 보통날을 채집해 일상의 시(詩)로 만드는 건 가장 데이식스다운 문법이다.
주로 영케이가 주도해 쓰는 가사는 사람들의 지극한 공통감각을 지극한 개별 언술로 노래한다. 그건 삶에 정답은 없다는 겸손함과 동시에 저만의 해답을 찾아가게끔 통로가 된다.
이번 음반은 정규인 데다가 '10년'(DECADE)이라는 뜻의 제목을 지닌 만큼, 수용폭을 넓혀 장르도 더 다양하다. 70년대 중후반 디스코 사운드를 재해석한 '디스코 데이', 펑크 록 사운드와 전자 사운드가 씨줄과 날출처럼 직조된 '마이 웨이', 브리티시 록 사운드의 곡으로 비틀스 풍의 화음도 녹여낸 '별들 앞에서', 80년대 록 사운드를 공격적으로 차용한 '테이크 올 마이 하트', 드럼 앤 베이스와 록이 결합된 '날아라! 드림라이더' 등은 데이식스의 색깔을 함부로 규정할 수 없음을 항변한다.
무엇보다 장르 구분 없이 좋은 의미에서 대중적으로 파고든다. 앨범을 낼수록 더 두터운 맥락을 지어내는 데이식스는 이처럼 좋은 음악은 장르에 대한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정서의 형성이라는 걸 증명해낸다.
데이식스는 이번 앨범의 열 번째 트랙이자, 마지막 트랙인 '우리의 계절'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몇 년이 지나도 / 수백 번 반복해도 / 우리의 계절은 / 영원히 흐를 거야"
맞다. 노래는 불확정적이고 불가능한 삶의 영속성을 대변해주는 몇 안 되는 찰나들의 집합체다. 시인 김경주의 시집 제목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빌려 이렇게 글을 끝맺는다. 데이식스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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