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즉 은행 이자율을 낮추는 결정은 단순한 수치 조정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침체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며, 급격한 물가 하락인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핵심 전략이다. 최근 2년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이 같은 이유로 연이어 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회복에 힘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은 2025년 들어 기준금리를 3.00%에서 2.50%로 낮추는 등 경기 부진과 물가 안정세를 반영해 단계적인 금리 인하를 진행 중이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연말까지 1.75%까지 인하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2.0~2.25% 수준까지 추가 인하를 예상하며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등 현 경제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2026에도 국내 기준금리가 2.0% 내외로 예상되나, 경기 하방 압력에 따라 1.75%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사진=금리, 이자
그렇다면 이처럼 금리가 낮아질 때, 국내 증시에서는 어떤 주식이 주목받고 수혜를 입게 될까?
바이오·제약, 금융 비용 절감 투자 확대
바이오·제약주는 금리 인하 국면에서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신약 개발을 비롯한 대규모 연구개발(R&D)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기업들은 이를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다. 따라서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 비용이 줄어들어 R&D 투자와 사업 확장 여력이 커지고, 이 같은 기대는 곧장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곤 한다.
바이오·제약 기업들은 신약 개발 자금을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 변화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 금리가 인하되면 이자 부담이 완화되면서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고, 그만큼 연구개발과 신사업 추진도 한층 탄력을 받는다.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확대하면서 장기 성장성을 보유한 성장주에 대한 선호를 강화한다. 특히 바이오·제약 업종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동반하더라도 미래 수익을 선제적으로 반영받는 특성이 있어, 낮은 금리 환경에서 투자 매력이 부각된다.
또한 금리 인하는 경제 전반의 소비와 투자 활동을 늘려 바이오 의약품 수요 증가 기대감을 뒷받침하며, 이는 기업 실적 개선과 성장 전망 구체화로 이어지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사진=바이오, 생명공학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던 시기, 글로벌 바이오 지수인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수(NBI)는 한 해 동안 약 25%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같은 해 한국의 대표 바이오주였던 셀트리온은 주가가 약 30% 가까이 상승하며 금리 인하 국면의 수혜 업종임을 입증했다.
이 같은 패턴은 2025년에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상반기 들어 금리 인하 신호를 분명히 하자, 고PER(주가수익비율) 성장주인 바이오 업종으로의 자금 유입이 강화됐다.
셀트리온은 2025년 2분기 매출 9,615억 원, 영업이익 2,42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9.9%, 영업이익 234.5% 급증해 역대 2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신약 처방 확대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2025년 상반기 매출 2조 5,882억 원, 영업이익 9,623억 원을 거두며 시장의 성장 기대를 끌어올렸다. 특히 4공장 가동 본격화와 바이오시밀러 판매 호조를 기반으로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을 25~30%로 높여 잡으면서 투자자 관심을 집중시켰다.
알테오젠은 올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약 2조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라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장기 성장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건설주, 주택 구매력 확대와 자금 조달 비용 절감
건설주 역시 금리 인하 국면에서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줄어 소비자의 주택 구매력이 높아지고, 건설사의 자금 조달 비용 감소는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된다. 특히 낮은 금리는 주택 경기 활성화에 기여해 건설사의 매출 증가와 실적 개선을 이끌며,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에서 2.0%로 인하했던 2014년 하반기, 국내 아파트 분양 물량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하며(국토부 집계), 대형 건설주의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GS건설은 해당 시기 연초 대비 주가가 약 35% 오르며 금리 민감 업종으로서의 특성을 입증했다.
사진=픽사베이 (건설)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주요국의 대규모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정책이 맞물리며 건설 수주가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낸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2025년에도 재현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상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자 건설 관련 종목들이 강한 주가 반등을 보이고 있다.
대표 건설주인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등이 주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2025년 1월부터 5월 말까지 연초 대비 129% 급등했다.
DL이앤씨 역시 같은 기간 44.8% 상승했고, GS건설은 2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DL이앤씨는 2025년 2분기 영업이익 1,262억 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고, GS건설은 2,3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1.7% 성장했다.
금리 인하는 건설사가 직면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완화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와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결국 금리 하락은 건설업계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주택 시장 수요 확대, 자금 비용 절감, 실적 호조, 주가 강세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증권주, 대출 수요 증가로 이자 수익 확대
금리 인하는 금융·증권업계에도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대출 금리는 낮아지지만, 경기 회복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로 은행의 이자 수익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 늘어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면, 금융회사의 대출이자 수익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아울러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증권사의 거래대금 증가와 자산운용 활성화를 이끈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수료와 자산운용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이 늘어나 금융투자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된다. 낮은 금리는 투자 심리 개선에 따른 금융주 수요 확대를 유발하며,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주가 상승으로도 연결된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과정에서, 금융주를 포함한 성장주의 투자 심리가 개선돼 나스닥 금융지수(NQFN)는 연간 약 18%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2016년 한국은행 금리 인하 당시 금융업계 대출 증가와 증시 활황이 맞물리며 증권사 주가가 20% 이상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흐름 역시 긍정적이다.
2024년 시작된 국내 금리 인하 사이클 속에서 삼성증권은 정부의 증시 부양책 및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정책의 영향으로 레버리지 투자와 순매수가 늘어나 2025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 2분기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22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하며 운용 수수료 개선 기대가 커졌고, NH투자증권 역시 증시 활황과 자본시장 규제 완화에 힘입어 2025년 상반기 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5년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증권주 지수는 단기간 11.24% 급등했으며, 이후 2개월 만에 50% 이상 상승해 투자자 관심이 급증했다. 이러한 급등은 금리 인하 기대뿐 아니라 대선 등 대외 이슈의 긍정적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인터넷·게임주, 소비 심리 개선 및 투자 확대
인터넷·게임주는 금리 인하 시기에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금리 인하는 경제 전반의 소비 심리를 개선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가계 대출 부담이 줄어들어 소비 여력이 커지고, 이는 게임을 포함한 여가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게임사 매출이 성장하고, 신작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인터넷·게임 기업들은 금리 인하로 이자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투자 확대가 가능해진다.
특히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 내 성장주 선호도를 높이며, 인터넷·게임주는 전형적인 고성장주로서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 유입 증가 혜택을 본다. 대표적 수혜주인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는 금리 인하 시기 매출 성장은 물론 글로벌 사업 확장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과거 사례로는 2018년 글로벌 금리 인하 및 유동성 확대 시기, 국내 주요 게임주가 평균 20% 이상 주가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넷마블은 신작 흥행에 힘입어 한 해 동안 약 30%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으며, 엔씨소프트 역시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과 함께 주가가 강세를 나타냈다.
사진: 카카오게임즈CI
최근 2024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게임주 역시 신작 출시 기대감과 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5년 6월 20일 기준 주가가 5.41% 상승하며 52주 신고가에 근접했으며, 신작 ‘크로노 오디세이’의 글로벌 사전 체험 테스트(CBT)가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넷마블은 신작 ‘세븐나이츠 리버스’와 ‘RF 온라인 넥스트’ 출시 기대에 힘입어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5.4% 증가한 723억 원을 기록하며 주가 상승세를 지속했다.
엔씨소프트도 2025년 하반기 5종 신작 출시와 글로벌 시장 확대 계획을 발표한 뒤 6월 한 달간 주가가 24.81% 급등하는 등 강한 반등을 보였다.
고배당주와 리츠(REITs), 투자 매력도 높임
금리 인하 시기에는 고배당주와 리츠(REITs)가 대표적인 수혜주로 주목받는다. 금리 인하는 예금이나 채권 등 무위험 자산의 수익률을 낮춰,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하는 고배당주의 투자 매력을 크게 높인다. 특히 금융회사는 대출 이자 비용 부담이 줄어 실적 개선과 함께 배당 확대 가능성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다.
최근 NH투자증권은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기업은행의 목표 주가를 29% 상향 조정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12% 이하 구간에서 배당 성향 목표를 최대 35%로 설정했으며, 앞으로 2~3년간 이 배당 성향을 유지하거나 점진적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사진=SK리츠
리츠는 부동산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배당을 제공한다. 금리 인하는 리츠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운영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배당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금리 인하는 부동산 자산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리츠 주가와 배당 수익률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과거 사례로 미국 뱅가드 리츠 ETF(Vanguard REIT ETF)는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속에서 3개월간 15% 이상 상승하며 리츠 투자에 호재를 입증했다.
요즘 국내 상장 리츠도 안정적인 배당과 현금 흐름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2025년 6월 기준 롯데리츠는 연평균 약 10% 배당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 SK리츠는 저금리 회사채 발행과 배당 가이던스를 통해 꾸준한 배당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일부 리츠는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어서, 투자 시 배당 수익뿐 아니라 주가 흐름도 함께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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