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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 외출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분들의 고충이 더 크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자주 마렵고, 그런데 막상 화장실에 가도 시원하게 배출하지 못해 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방광 질환이 바로 과민성방광이다. 과민성방광은 빈뇨, 잔뇨감, 세뇨. 절박뇨, 야간뇨가 주증상이다. 일반적인 만성방광염과 소변증상은 비슷하다. 하지만 배뇨통과 방광의 통증은 동반되지 않는다. 통증 증상을 일으킬만한 염증이나 세균감염, 다른 기질적인 질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방광염이 아닌 과민성방광증후군으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환자분 중에는 전형적인 만성방광염 증세를 보이다 과민성방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39세의 한 여성분은 7년간 동안이나 방광염이 재발됐다. 내원 당시 염증 소견과 함께 최근 1년간 극심한 소변 증세를 호소했고, 특히 잠을 자야 할 밤에 1시간 간격으로 야간뇨에 시달렸다. 소변을 보기 전 소변량이 88ml인데 소변을 본 후 43ml나 남아 약 50% 밖에 배출 못하는 상태였다. 치료가 절대 안 될 줄 알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필자를 찾은 것이다.
이 환자분의 경우 초기에 염증성 방광염을 우선 해결하기 위해 한약 치료를 1개월 시행했다. 이후 염증 재발이 없었지만, 장기간 투병에 방광 기능이 많이 약해졌고 음주를 즐겨 잔뇨 빈뇨 등 소변 증세가 나타나는 일이 반복됐다. 이때부터 과민성방광에 대한 한약 치료를 집중했다. 5개월 가량 치료한 결과 수면 중 10회 정도였던 야간뇨 증세가 3~4회로 크게 줄었다. 방광 용적이 늘어나 소변 저장량도 119㎖로 늘고, 소변을 본 후 잔뇨량이 18ml 로 크게 개선됐다. 치료가 안될 것이라고 포기해 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던 환자분이 극적 반전을 이루어 낸 결과다.
이러한 과민성방광은 나이가 있는 중장년층이 대다수지만 최근 스트레스가 많은 2,30대도 많다. 소변을 자주 보게 돼 모임이나 사회생활을 기피하게 되고, 불안과 우울증세가 동반돼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다. 연구를 보면 과민성방광 환자가 일반인보다 우울증 빈도가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과민성방광의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중추신경계에 악영향을 줘 방광을 자극하고 더 예민하게 만들어 빈뇨 잔뇨감을 부추기는 악순환이다.
과민성방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방광의 기능과 탄력성을 회복시키고 자율 신경을 정상화해 배뇨량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일시적으로 요의를 차단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임상에서 환자들을 만나 온 필자의 결론이다. 방광과 관계된 장기, 특히 예민해진 방광과 허약한 신장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한약 치료의 원칙이다. 또 빈뇨, 야간뇨, 급박뇨 등 소변증상을 다스려 일상생활의 불편이 없도록 하고 나아가 불안증 및 우울증도 해소하여 건강한 삶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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