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갯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밤바다를 밝게 물들이는 생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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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갯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밤바다를 밝게 물들이는 생물의 정체

위키푸디 2025-09-06 22:5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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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바닷가를 걷다 보면 파도 끝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손으로 물살을 저을 때마다 작은 별빛이 흩날리듯 반짝이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든다. 이 빛의 정체는 ‘야광충’이라 불리는 플랑크톤이다.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지만, 한꺼번에 모이면 바다를 푸른 물결로 물들이며 자연의 불꽃놀이 같은 장관을 선사한다.

야광충은 전 세계 해역에 분포하지만, 한국 서해와 남해의 갯벌과 연안에서 특히 활발히 관찰된다. 영양분이 풍부한 바닷물, 조석 차가 큰 환경이 맞물리면서 장마기 이후 대량 번성하기 때문이다. 갯벌을 따라 걷다 보면 발밑에서 갑자기 불빛이 피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밤바다를 바라보면 파도치는 자리에 푸른 선이 그려진다.

작은 몸에 숨은 빛의 비밀

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야광충은 동물성 단세포 플랑크톤으로 크기가 0.2~2mm에 불과하다. 투명한 구형 세포 안쪽에는 빨간색의 큰 액포가 자리 잡고 있어 맨눈으로도 희미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이 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세포 내 존재하는 루시퍼린과 루시퍼레이스라는 물질 때문이다. 두 성분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화학발광이 일어나는데, 사람이 파도를 흔들거나 물고기가 헤엄칠 때 같은 물리적 자극이 계기가 된다.

이 빛은 짝짓기를 위한 신호가 아니고, 포식자를 혼란시키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가 야광충을 삼키려 하면 주변이 번쩍이며 빛난다. 덕분에 더 큰 포식자가 달려들어 작은 포식자가 위협을 받게 되니 야광충은 도망칠 시간을 번다. 생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도둑 불러오기 전략’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보는 푸른 빛의 지속 시간은 0.1초 남짓으로 짧지만, 수천수만 개의 세포가 동시에 반짝이면 파도 전체가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 서해안에서는 '바다의 별빛'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여름밤 명소가 되곤 한다.

한국 갯벌에서 잘 보이는 까닭

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야광충은 따뜻한 바다와 차가운 바다를 가리지 않고 분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특히 잘 보이는 이유는 독특한 해양 환경 때문이다. 서해와 남해 연안은 강과 하천에서 흘러드는 영양염류가 많다. 장마철에는 비로 인해 토양 속 질소와 인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간다. 이 시기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먹이가 풍부해지면 야광충이 폭발적으로 번식한다.

또한 한국 서해안은 조석 간만의 차가 크고 얕은 갯벌이 넓게 발달해 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물이 뒤섞이는 환경은 야광충 같은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다. 실제로 전남 신안, 충남 보령, 전북 군산 등 서해안 갯벌 지역에서는 매년 밤바다에 푸른빛이 번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손전등을 껐다 켠 듯 파도에 따라 반짝이는 빛을 사진으로 남기려 몰려든다.

남해안에서도 거제도와 남해군 일대 해역에서 관찰 사례가 많다. 남해는 비교적 수온이 따뜻하고, 잔잔한 만이 많아 야광충이 오래 머물며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다. 해양수산부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남해안에 서식하는 야광충의 개체 밀도가 다른 해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과의 만남, 즐거움과 경계

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야광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야광충은 독성이 없어 직접 만지거나 물에 들어가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갯벌 체험을 하거나, 밤바다에서 손으로 물을 휘저으며 빛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여행사는 ‘야광 바다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카약을 타고 바다 위에서 몸을 흔들면 빛이 따라오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번식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문제가 된다. 야광충이 밀집해 발생하는 ‘적조’는 물빛을 붉게 바꾸고, 물고기의 아가미를 막아 대규모 폐사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높고 바닷물이 정체되면 적조 위험이 커진다. 야광충 자체는 독성을 내지 않지만, 대량 증식 과정에서 수중 산소가 줄어들고 어패류가 질식해 양식장 피해가 커진 사례가 보고됐다.

연구자들은 야광충의 생태적 역할을 ‘불빛을 내는 신비로운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바다 먹이사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특정 해역에서 야광충의 개체 수가 급증하면, 해당 바다에 영양염류가 과다하게 공급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생태적 가치와 기록할 만한 풍경

야광충 자료 사진. / Candyfloss Film-shutterstock.com
야광충 자료 사진. / Candyfloss Film-shutterstock.com

야광충의 빛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바람의 방향, 바닷물의 탁도, 수온 등 환경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이내 사라진다. 그렇기에 실제로 관찰하려면 시기와 장소를 잘 맞춰야 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견되는 야광충의 밀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이런 환경 덕분에 한국 연안은 ‘형광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꼽힌다. 밤하늘 별과 바다의 푸른 불빛이 겹치는 장면은 사진가와 여행자 모두에게 잊지 못할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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