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 현대차-LG엔솔 공장 대규모 이민 단속…韓 노동자 300명 구금 파문

서배나 공장 건설현장에서 체포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캡처/연합뉴스]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 한국인 노동자 300명 이상을 포함해 총 475명이 체포됐다.

이번 단속은 4일(현지시간) 새벽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총기·폭발물 단속국(ATF), 국세청(IRS), 조지아주 경찰 등 약 500명의 요원이 투입된 초대형 작전이었다.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하고 주 경찰이 진입로를 봉쇄했으며, 요원들은 현장 노동자들을 벽에 세워 신원을 확인한 뒤 불법 취업이 의심되는 인원들을 곧바로 ICE 구금시설로 이송했다.

체포된 노동자 상당수는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 비즈니스 비자(B-1)로 입국해 불법적으로 현장 노동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ICE는 이번 조치를 “불법 고용 관행을 바로잡고 미국 노동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정식 형사 수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공장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상징으로 홍보했던 장소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조지아주 민주당은 “이번 단속은 성실히 일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정치적 공포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해외 기업에도 강력한 이민 단속이라는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트럼프 “ICE, 자기 일 한 것…불법 체류자는 바이든 시절 넘어온 사람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ICE는 자기 일을 한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 직전에야 보고받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는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잡힌 사람들은 불법으로 입국해 일하던 자들이고, 대부분 바이든 정부 시절 넘어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민 단속과 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나 물건을 팔 권리가 있지만, 이는 일방적으로 미국에만 유리한 거래(one-sided deal)는 아니다”라고 말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투자가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없음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 “국민 권익 부당 침해 안 돼”…총력 대응 지시

한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직접 설치하고 합동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국민들이 체포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워싱턴에 가서 미 행정부와 협의할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긴급 대응팀을 가동했으며,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이미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 대리에게 우려와 유감을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산업부·경제단체 등과도 긴밀히 협력해 이번 사태로 구금된 한국인들의 권익 보호와 기업 활동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 고용 단속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외국 기업 투자 유치라는 경제 전략이 정면 충돌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전개되느냐가 한미 경제 협력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