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중국이 2025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미사일부터 스텔스 전투기, AI 기반 무인기까지 첨단무기를 대거 선보이며 군사력 현대화의 정점을 드러냈다.
5일 중국 관영 CC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는 초음속 무기를 비롯해 레이저 무기, 사이버 및 전자부대, 무인 지능형시스템 등 AI(인공지능)와 정보 기술 등이 적용된 무기체계들이 대거 선보였다. CCTV는 “중국인민해방군(PLA)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변화하는 전쟁 특성에 적응해 미래 (군사적) 대립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미국 겨냥한 전략무기 대거 공개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무기는 처음 공개된 ‘DF-6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사거리가 1만4000km에 달해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특히 탄두를 여러 개 탑재할 수 있어 1기의 미사일로 여러 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만약 핵탄두를 탑재하면 그야말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미 정부도 주목하는 무기다.
일명 ‘괌 킬러’로 불리는 ‘DF-26D’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모습을 드러냈다. DF-26D는 사거리가 4000~5000km로, 미국의 괌 기지뿐 아니라 일본, 필리핀 등 동아시아·태평양 해역 내 주요 미군 기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활공체도 탑재할 수 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도 회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 태평양 해역 작전 수행과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배치에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열병식 주역은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인 ‘DF-17’이다. 음속의 10배, 즉 시속 1만2240km에 달하는 속도로 낙하하며 궤도까지 변경할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해 미군과 동맹국들이 보유 중인 사드(THAAD)와 패트리엇 등 현재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어렵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항공기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S’와 ‘J-35A’가 함께 출격해 현대화된 전투기 전력을 과시했다. 이 중 J-20S는 기존 1인승을 2인승으로 개량한 기종으로,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춰 AI 기반 드론이나 외부 센서 조작을 담당하는 조종사가 탑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선된 스텔스 성능과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도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F-35 전투기와 닮은 꼴인 J-35A도 중국의 대표 첨단 전투기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F-35 설계자료를 해킹했다는 추정이 공공연하지만, 단발 엔진인 F-35와 달리 쌍발 엔진을 사용해 속도와 기동성에서 F-35를 능가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센서 융합 능력이나 항전 시스템, 그리고 네트워크 통합능력 등에서 F-3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AI 기반의 무인전투기인 ‘FH-97’도 이번 퍼레이드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FH-97은 J-20 전투기와 팀을 이뤄 정찰·감시 임무나 적의 방공망을 교란하는 전자전 임무, 그리고 적을 직접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로열 윙맨(Loyal Wingman)’과 유사한 운용 개념이다.
해양 무기로는 초대형 무인잠수정이 눈길을 끌었다. 동체 측면에 ‘AJX002’가 새겨진 이 무인잠수정은 길이가 18~20m에 달하고, 높은 은밀성과 자율성을 갖춰 심해 감시와 기뢰 운용 등의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무인잠수정으로, 최대 70일간 해양 감시, 기뢰 제거, 정보수집 등 무인 자율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약 26m 길이의 오르카를 보유 중이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서는 HQ(훙치)-29를 포함한 6개 종류의 요격미사일체계가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요격체계는 단거리-중거리-장거리별로 다층방어 개념으로 운용되며 탄도미사일부터 전투기, 헬기, 유도폭탄, 드론 등 다양한 종류의 공중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다.
◇ 미 국방부, “국제 질서 재편 시도 일환”
한편, 이 같은 중국의 첨단무기 개발을 통한 군사력 증강에 대해 미 국방부는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China Military Power Report, CMPR)’를 통해 중국이 2049년 ‘대국굴기’를 목표로 정치·경제·기술·군사력을 전방위로 확장하며 국제질서 재편을 노리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이 세계 최대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국임을 강조하며, 재래식·핵 탑재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서 압도적 진전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조선·전자·무기·군사 부문에서 독자적인 체제를 거의 완성해 해군력을 비롯한 방위산업의 질적 성장세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관되게 지원하며, 미국과 나토를 비난하는 담론 확산과 대러 경제·기술 지원, 군용 2중 용도 부품 수출 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미 국방부는 “중국이 러시아전을 교훈 삼아 자국의 전략 활동에도 접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 국방부는 “미국이 중국을 ‘추격하는 도전(pacing challenge)’으로 규정한 2022 국방전략의 배경이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면서 미중 간 전략 경쟁의 불확실성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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