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화 신고 거리 나선 자갈치 아지매들 '자정 결의대회' 개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 수산물 시장인 부산 자갈치시장.
이곳에서는 최근 빚어진 '바가지 상술' 논란으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인근에 있는 한 유명 횟집이 해삼 1접시를 7만원에 판매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중구가 가격표를 제대로 게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해당 업소에 시정 조치를 내렸지만, 시장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5일 오후 찾은 자갈치시장은 과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던 모습과 달리 한산했다.
바가지를 씌우는 시장이라는 오명이 퍼지면서 손님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자갈치시장에서 50년 넘게 장사한 고모씨는 "바가지 사건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손님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너무 속상하다"며 "시장과 가까울 뿐 관련 없는 점포의 과한 가격 책정이 시장 전체 이미지를 다 망쳐 아무 잘못 없는 자갈치시장 상인 모두가 피해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반적으로 자갈치시장은 수산물 시장을 비롯해 인근 상가까지 모두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다.
이 가운데서도 자갈치현대화시장에 있는 어패류조합과 신동아시장 등 등록 상인회는 엄격히 업소를 관리한다.
금봉달 자갈치수산물종합시장 본부장은 "자갈치현대화시장 안에 있는 가게들은 상인회에서 가격을 모두 통일해 판매하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은 있을 수 없다"며 "저울 눈금을 속이거나 바가지 상술을 쓰는 등 규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면 소비자에게 환불, 보상은 물론 업소에도 징계를 내린다"고 말했다.
이를 알리듯 자갈치현대화시장 건물 입구 곳곳에는 '언론에 보도된 해삼 판매 관련 바가지요금은 자갈치현대화시장이 아니다', '자갈치현대화시장은 바가지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상인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줄어들까 걱정이 태산이다.
게다가 부산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전국체육대회는 물론 부산불꽃축제 등 대형 행사를 앞두고 있어 관광객 유입이 기대되는 시점이라 고민이 더욱 깊다.
신동아시장에서 장사하는 김모씨는 "상가를 지나가는 손님들도 가격을 더 유심히 살피고, 사도 될지 말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바가지요금 논란이 된 해삼 사례를 말하며 '진짜냐'고 묻는 손님들도 정말 많은데 언제까지 이럴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자갈치시장 어패류조합, 신동아시장, 자갈밭상인회, 외식업지부 등 상인회 소속 200여명은 부산 자갈치시장과 가까운 유라리 광장에서 '바가지요금 근절 자정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자갈치 아지매'를 상징하는 빨간 장화와 앞치마 차림의 상인들은 장사하다 뛰쳐나와 "바가지요금을 근절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가두 캠페인에서는 이번에 해삼을 비싸게 팔아 논란된 점포에 다다르자 상인들은 점포를 향해 "양심이 없냐", "자갈치 이미지 다 버려놨다"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금봉달 본부장은 "상인 스스로가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고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자갈치시장을 많은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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