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컬트렌드] 한국영화, 다시 뛸 수 있을까…정부 역대급 예산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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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컬트렌드] 한국영화, 다시 뛸 수 있을까…정부 역대급 예산 편성

뉴스컬처 2025-09-05 15:12: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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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영화 분야 예산을 1,498억 원으로 확정했다. 전년도 669억 원에 비해 80.8% 증가한 예산은 팬데믹 긴급 지원이 편성됐던 2022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확산, 제작 투자 위축 등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을 두 배로 늘리고, 기획개발 지원과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모태펀드 출자액도 700억 원으로 늘려 총 1,4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 민간 투자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 기반 영화 제작과 부산 기장촬영소 내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조성 등 첨단 제작 환경 구축에도 과감히 투자한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은 현재 영화관의 참담한 실적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2,16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02만 명)에 비해 무려 32%나 급감했다. 특히 4월은 관객이 544만 명에 불과해, 전년 동월(933만 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수치는 OTT 플랫폼의 급속한 성장과 영화 관람 소비 패턴 변화, 코로나19 이후 티켓 가격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적 악화는 곧바로 업계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메가박스는 2분기 8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1위인 CJ CGV 역시 국내 사업만 놓고 보면 173억 원 적자였다. 롯데시네마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제작 편수 줄고, 흥행작 부재…‘콘텐츠 공백기’가 문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흥행작 부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신규 개봉작은 45편이었지만, 2024년에는 37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약 20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위축과 제작 지연으로 신작 출시가 줄면서 상영 콘텐츠가 고갈되고, 이는 다시 관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지난해에는 ‘범죄도시4’와 ‘파묘’ 같은 천만 영화가 극장가를 견인했지만, 올해는 2분기까지 가장 흥행한 ‘야당’이 337만 명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미 시장에 나온 작품들은 거의 소진된 상태이며, 당장 새 영화 제작에 돌입해도 상영까지 수년이 걸려 당분간 ‘공백기’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구조적 침체는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의 본질적 변화를 반영한다. 영화관 수익성 악화로 투자 위축이 지속되고, 관객은 OTT 등 대체 콘텐츠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제작 편수 축소, 극장 수익 악화, 관객 감소가 연결되는 밸류체인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범죄도시4'.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4'.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예산은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전환 초점

이번에 확정된 1,498억 원의 예산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를 개편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가장 먼저 ‘중예산 영화’ 복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100억 원 규모였던 중예산 영화 제작지원 예산은 내년 200억 원으로 확대되며, 대작 위주로 기울어진 제작 환경의 균형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기획·개발 부문 예산도 47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증액됐고, 2023년 중단됐던 차기작 기획개발비 지원 제도도 17억 원을 투입해 재가동된다. 그간 지원 사각지대에 있었던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사업도 새로 신설돼 18억 원이 배정됐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모태펀드 영화계정 출자액은 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규모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총 1,400억 원 규모의 영화 전용 펀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민간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을 덜고, 새로운 자본 유입을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예산안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술 기반 제작 환경에 대한 투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화 제작에 22억 원이 새롭게 투입되며, 부산 기장촬영소 내에는 164억 원 규모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세계 영화산업의 흐름이 가상 제작 환경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규모 예산 투입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중예산 영화 제작지원 확대, 기획개발 예산 증가, 모태펀드 확대 등은 영화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실행력과 산업 내 협력 체계 구축이 관건이다.

영화관 또한 가격 할인이나 단기 프로모션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객이 직접 극장에 가고 싶어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분기 '좀비딸'이 541만 관객을 동원하며 단기 반등 신호를 보였으나 정부가 배포한 영화 할인권의 도움을 받은 측면이 크다. 자생적 흥행 역량 강화 없이는 언제든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

또한 CGV가 국내 사업 적자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중심 해외 사업에서 흑자를 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사례처럼, 국내 시장 외에도 해외 시장 개척과 글로벌 협력 확대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가 필요하다.

영화 '좀비딸' 메인 포스터. 사진=NEW
영화 '좀비딸' 메인 포스터. 사진=NEW

■ OTT와 극장 생태계 ‘공존 모색’도 과제

OTT 플랫폼의 확산은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제작 자본을 끌어오는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극장 관람 수요와 투자 저변을 잠식하는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국내 영화산업이 ‘넷플릭스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극장과 OTT 간 건강한 공존 모델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법적 제도 정비와 정책 연속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홀드백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되도록 하는 이 제도는, 극장 중심 유통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제작사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입장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문화 수출 확대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K-콘텐츠 수출 50조 원, 시장 규모 300조 원’이라는 장기 목표 아래, 영상산업을 핵심 성장 엔진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회복은 ‘예산’ 넘어 ‘실행력과 혁신’에 달렸다

정부가 역대 최대 예산을 투입해 산업 회복을 도모하는 것은 반가운 신호다. 그러나 현장의 위기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구조적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예산이 단순히 숫자로 끝나지 않고, 정책 집행과 민간 투자 활성화, 제작 환경 혁신, 법·제도 개선 등 유기적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영화 제작과 투자, 유통, 관객 경험까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질적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한국 영화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다.

올해 흥행 참패로 얼룩진 국내 영화관 업계의 현실과 내년도 정부 지원 확대는 서로 교차하는 두 축이다.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루고, 실행력과 혁신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비로소 영화 산업의 지속가능한 회복과 도약이 가능하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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