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2분기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의 기술 경쟁에서 앞선 SK하이닉스가 D램 전반의 실적 확대까지 이끌어내며, 전통의 강자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벌려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발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9.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는 지난 1분기(36.9%)보다 2.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4.4%에서 33.3%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두 회사 간 격차는 불과 2.5%포인트에서 6.2%포인트로 급격히 확대됐다. D램 강자인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은 지난 1분기가 처음이며, 2분기 연속 1위를 이어가면서 단순한 일시적 추월이 아닌 구조적 우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격차는 뚜렷하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D램 부문에서 약 122억2,6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103억 달러로 약 19억 달러 차이를 보였다.
이번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HBM 시장의 압도적인 우위가 자리하고 있다. 고성능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현재 약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리더들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 HBM3E 전량을 조기 완판한 상태이며, 2026년까지의 공급 물량도 사전 계약을 통해 상당 부분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따라 증설된 HBM 생산라인에서 확보된 수율 및 공정 기술력이 전통적 D램 제품군에도 반영되면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모두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SK하이닉스를 'AI 시대의 메모리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이는 일반 서버용·모바일용 D램 수요를 유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D램 시장에서 30년 넘게 1위를 지켜왔지만, 올해 상반기 연속 2위로 내려앉으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은 현재 HBM3E 양산 속도를 높이고, 차세대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자체 공정에서 발생했던 발열 및 전력 이슈 해소에 집중하며 엔비디아와의 테스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성의 HBM 양산 본격화가 올해 하반기 이후에야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3E를 이미 양산 중이며, 일부 빅테크 고객들과는 차세대 제품까지 계약이 진행 중인 상태다.
결국 하반기부터는 양사 간 'HBM 기술전'이 D램 시장 재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점유율 확대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2조2,320억 원, 영업이익 9조2,129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41%에 달하며, 높은 기술 프리미엄을 확보한 HBM 덕분에 수익 구조 개선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조9,9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업계 전반이 가격 반등과 수요 회복으로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이보다 앞서 기술력으로 선제 대응에 성공하며 '1강 체제'에 가까운 실적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 후공정에 해당하는 고급 패키징 및 테스트 공정도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공급망 통제력 강화에도 나섰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2026년 가동 목표로 첨단 패키징 테스트 공장을 착공했으며, 미 상무부 및 TSMC·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HBM 생산에서 후공정까지 '풀 스택(Full Stack)' 역량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의 공급 안정성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시장 1위 수성은 단순한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내 기술 주도권의 중심축이 삼성에서 SK하이닉스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HBM이라는 차세대 기술에서 확보한 우위를 D램, 낸드플래시 등 기존 제품군까지 확장하면서 점유율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삼성전자의 HBM 양산 확대 및 고객 수주 경쟁과 맞물려 양사 간 기술 리더십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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