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국가 폭력의 기억을 예술로 환기하는 대규모 기획전 ‘2025 달빛연대프로젝트@광주: 코발트’가 오는 27일까지 광주 동구 은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의 역사적 연대를 예술로 풀어내는 ‘달빛연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제주 작가들이 합류해 세 지역 간 연대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여 작가는 광주의 김화순, 박성완, 이세현, 주홍, 하성흡, 홍성담, 대구의 권정호, 정하수, 최수환, 김미련, 김병호, 제주의 강요배, 박경훈, 박진희, 양동규 등 총 15명이다. 회화, 조소, 설치, 퍼포먼스, 아카이브,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가 동원돼 역사와 기억을 시각화한다.
제목 ‘코발트’는 민주주의와 저항의 색인 코발트 블루를 가리킴과 동시에, 한국전쟁 전후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벌어진 보도연맹 민간인 학살 사건을 은유한다. 출품작들은 1946년 대구 10월 항쟁, 제주 4·3, 광주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국가 폭력과 민중 저항의 역사를 예술적 언어로 재조명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10월 항쟁을 다룬 김미련·김화순의 영상작업, 희생자들의 존재를 푸른 암연으로 형상화한 강요배의 회화 ‘코발트’,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폭력의 풍경을 담은 권정호의 회화 및 입체작업이 있다. 김병호는 전태일 정신과 한국 노동운동사를, 양동규와 이세현은 항쟁의 현장과 사물을 주제로 작업했다.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주홍·박진희의 작품은 희생자를 위한 제의적 공간을 조성한다.
특히 전시장 1층 한편에 자리한 생명평화미술행동의 대형 회화 ‘아시아의 눈물’(9.7m)은 박성우, 전상보, 전정호, 홍성담, 홍성민 등이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제국주의와 전쟁의 역사적 상흔을 한 폭에 담아 압도적인 울림을 전한다. 또한 박경훈의 목판화는 동학농민운동에서 4·3, 5·18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궤적을 응축한다.
전시 개막일인 9월 5일에는 콘퍼런스와 공연이 열려 담론과 예술적 실천을 이어간다. 최순호, 양진호, 김준기의 발제가 진행되며, 박경훈, 최수환, 하성흡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개막 축하공연은 민중가요단체 ‘노래모임 새벽광장’이 맡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맹서하는 깃발’, ‘빛의 혁명가’ 등을 선보인다.
은암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반추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폭력과 저항의 기억을 현재적 감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라며 “‘달빛연대프로젝트’는 예술이 역사적 진실과 사회적 연대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9월 30일부터 열리는 대구 ‘10월항쟁예술제’와도 연계돼 광주·대구·제주의 역사적 연대를 전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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