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매년 9월이 되면 유럽에선 가전 박람회인 IFA가 열린다.
유럽 최대의 가전제품 박람회. 매년 열리기 때문에 특별함을 갖긴 어렵지만 LG전자의 접근은 다르다. 이번 IFA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준비를 하고 박람회에 임하고 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유럽 시장은 약 150 조 규모의 가전 제품 소비처다. 북미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전자 이지만 유럽 시장은 또 하나의 신 개척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게 치며 LG전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 된다.
현지화 전략 등으로 고비를 넘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이전보다 진입 장벽이 높아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정 수준 영업 이익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된다.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가항력 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유럽은 그런 관점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북미에선 프리미엄 가전 1위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LG전자다. 그러나 유럽에선 아직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유수의 유럽 업체들과 Top Tier 그룹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IFA를 통해 1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것이 LG전자의 야심이다.
그냥 마음만 먹은 것이 아니다. 철저한 유럽 겨냥 전략을 통해 유럽이 필요한 가전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LG전자의 준비 과정을 보면 LG전자가 얼마나 유럽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
LG전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은 4일(현지시간) 獨 베를린 IFA 2025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럽 가전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 했다.
류 본부장은 "북미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유럽 맞춤형 제품들을 구성하는데 이번 전시의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5년 유럽 가전 시장 규모는 약 150조 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4.1%씩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뜻이다.
류 본부장은 "LG전자는 유럽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지난 수 년간 빠른 성장을 해왔고, 고객들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고 그간의 유럽 가전 사업 성과를 평가했다.
이어 "사업포트폴리오 혁신을 기반으로 한 '질적 성장'과 유럽 고객 니즈를 세심히 반영한 지역 맞춤 제품전략을 통해 유럽 가전 매출을 5년 내 2배로 키워 확고한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며 "이는 가시화되고 있는성과와 고객 평판을 바탕으로 세운 목표"라고 밝혔다.
류 본부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B2B, D2C, Non-HW 등 신성장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볼륨존 공략을 강화해 성숙기에 도달한 유럽 시장에서 수익성과 외형성장 모두 퀀텀점프하겠다"고 강조했다.
■ B2B ∙ D2C ∙ Non-HW 등 질적 성장 영역에 집중해 흔들림 없는 수익구조 확보
유럽 가전사업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B2B(기업간거래), D2C(소비자 대상 직접판매), Non-HW(소프트웨어∙서비스) 등의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
수요∙가격 변동성이 낮고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 구조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가전에서 B2B는 흔치 않은 접근이지만 유럽에선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이 좁은 가옥 구조 때문에 가전 제품의 빌트인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빌트인은 건설사가 주거시설을 지을 때 직접 가전제품까지 같이 공급하거나, 내장재 공급 전문회사들이 가전까지 같이 공급하는 대표적 B2B 시장이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높다. 가전을 공급하는 브랜드를 결정할 때 사업 안정성, 제품 내구도, 유지보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 벽을 넘기만 하면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대규모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LG전자는 유럽 내 빌트인 매출을 2030년까지 10배 이상 퀀텀점프시켜 약 24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 Top5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B2B 전문 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과 고급 기능을 함께 갖춘 매스 프리미엄 브랜드 'LG 빌트인'을 중심으로 빌트인 가전 사업을 재편했다. 빌트인 사업 운영 국가도 현재 이태리, 스페인 등 남유럽 위주에서 서유럽, 북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대 전개한다는 플랜을 짰다.
상업용 세탁가전 라인업도 강화 했다. 일명 'LG 프로페셔널'도 유럽에 출시한다.
유럽은 관광 산업이 발달해 있으며 노인 인구가 많아 호텔, 병원 등을 중심으로 상업용 세탁 가전 수요가 높다.
AI 기술을 적용해 세탁∙건조 시간과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자체 관리 솔루션이 없는 빨래방 운영자를 위해 전용 앱 '런드리 크루(Laundry Crew)'도 제공한다.
D2C 분야에서는 온라인브랜드샵(OBS) 매출을 2030년까지 3배 이상 늘려 영향력 있는 판매 채널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AI가 핵심 공략 포인트다.
AI 챗봇과 AI 취향 분석 등 OBS 내 AI 서비스를 강화해 구매 경험을 제고하고 판매율을 높이는 한편, OBS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모델을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유럽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높이기 위해 개인화된 서비스와 맞춤형 마케팅으로 재구매율과 브랜드 로열티를 높여갈 계획이다.
OBS에서 성공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단 수익이 늘어난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 축적이다. 판매 과정에서 확보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맞춤 마케팅과 신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 창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고객의 니즈와 피드백을 더 빠르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 제공은 덤이다.
Non-HW는 AI홈 플랫폼을 본격 사업화하고, 이를 B2B 영역으로 확장해 나간다.
먼저 생성형 AI를 탑재한 AI홈 허브 '씽큐 온(ThinQ ON)'과 이와 연동되는 'LG IoT 디바이스'를 유럽 주요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생성형 AI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AI가전과 IoT 기기를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는 비가역적인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고객이 LG 가전을 계속 구매하게 하는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유럽 특화 제품으로 프리미엄·볼륨존 투트랙 전략 강화, 유럽서도 '가전=LG' 확립
LG전자의 유럽 시장 공략 포인트는 고효율, 디자인, 편의성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유럽 현지 맞춤형 제품군을 대거 내놓는 것이 첫 번째 접근이다. 프리미엄에서 인정받은 품질과 기술을 볼륨 존(상대적 가성비 시장)으로 확대하고 볼륨존에서도 수익성을 높여 시장 지배력과 수익성 모두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가전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볼륨 존 공략을 통해 수익 확대를 노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 시장은 에너지 절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공급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은 이제 유럽에서 목표가 아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갖춘 제품이 먹힐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유럽에서 가전 제품을 팔려면 에너지 효율성을 갖는 것은 이제 필수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LG전자 A-70% 세탁기, A-40% 바텀 프리저 냉장고, A-10% 세탁건조기는 EU A등급보다 에너지를 각각 70%, 40%, 10% 적게 쓰는 제품이다.
LG전자는 이 제품들이 모두 업계 최고 효율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냉장고의 단열을 강화하는 등 유럽향 제품의 구조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AI와 모터∙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기술력을 결합한 'AI 코어테크' 도 더 고도화했다.
LG전자는 이러한 고효율 기술을 볼륨존 모델에도 확대 적용해 '고효율=LG'공식을 유럽 시장에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세탁기 제품군에서는 이미 에너지 효율 A등급 이상 제품 판매 비중이 95%가 넘는다. 냉장고 또한 2027년까지 A등급 이상 제품 판매량을 올해 대비 2배로 키울 계획이다.
LG전자의 가전은 벽이나 가구장에 밀착해 설치해도 문을 여닫을 수 있는 냉장고나 빌트인 스타일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갖춘 세탁기, 건조기는 별도 인테리어가 없어도 제품을 설치했을 때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군과 볼륨존 제품군 모두에 유럽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맞춤 디자인 및 편의 기능을 적용한 결과다.
LG전자는 IFA 2025를 계기로 유럽 시장에 'LG 씽큐 AI' 서비스를 본격 론칭해 AI 가전 대세화에도 앞장선다. 씽큐 AI는 ▲기존 가전에 새로운 AI 기능을 지속 업그레이드하는 '씽큐 업(ThinQ UP)' ▲고장이나 이상징후 등 제품 상태를 손쉽게 관리하는 '씽큐 케어(ThinQ Care)' 등 2가지가 핵심이다.
유럽 맞춤 전략은 물론 기술력을 함께 끌어 올려 유럽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쌓는 것이 최대 목표다. 유럽 최고 가전 브랜드가 되겠다는 비전을 이루는 근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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