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소방관들의 트라우마·우울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마음건강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전문가 자문과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단기·중장기 과제를 나눠 개선책을 마련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청은 소방관 마음건강 관리 제도 개선을 위해 연구용역과 전문가 자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사망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소방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소셜미디어에 "재난 트라우마가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소방청은 연구용역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기존 마음건강 사업을 보강하면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소방관 마음건강 지원사업 전반을 재정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찾아가는 상담실'과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등 주요 사업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로, 마음건강 고위험군 관리 방안과 상담사 자격 기준을 정립해 사업 전반의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들이 자발적으로 상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견·차별 없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은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간부 대상의 자살예방 지킴이 리더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내년 6월 개원하는 국립소방병원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소방공무원 전문 의료기관인 국립소방병원에는 소방관의 정신건강 치료를 담당하는 '정신건강센터'가 설치된다.
전문가들은 센터가 소방관 정신건강 치료뿐 아니라 전문 상담사 교육과 지도, 관련 연구까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이 행정과 운영을 총괄하되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지도는 센터가 맡아야 한다는 취지다.
군 장병의 경우에도 국군수도병원의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정신건강 진료부터 재활, 연구, 교육 등을 전담하고 있다.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는 군의관만으로는 장병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건강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11년 설립된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설립됐다.
단기적으로는 찾아가는 상담실 사업에 투입되는 상담사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소방청은 2015년부터 전문 심리상담사가 소방관서를 직접 방문해 소방관에게 맞춤형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상담실'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소방청은 내년에 상담사 18명을 추가 배치하고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참여 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보건·안전사업 예산 51억원을 편성했다.
다만 이번 정부안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마련돼 현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은 기획재정부와 관계 부처, 국회 등과 협의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증액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충원되는 상담사 인력은 18명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소방청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과제는 빠르게 추진하고 연구용역 결과와 전문가 자문, 내부 의견을 종합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개선책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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