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우윳값'과 '우유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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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우윳값'과 '우유병' 外

연합뉴스 2025-09-05 09:2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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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맞다'는 동사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다."

위 예문은 평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문법상 맞지 않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어떤 부분이 바르지 못한 걸까.

너무 자연스러워 많은 이가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알아맞히기 힘들 듯하다. 여기서 틀린 부분은 바로 '맞다'이다.

'맞다'는 동사다. '문제에 대한 답이 틀리지 아니하다' '말, 육감, 사실 등이 틀림이 없다' '어떤 대상의 맛, 온도, 습도가 적당하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동사가 현재 시제의 서술형일 때는 기본형 그대로 쓰이지 못하고 '먹는다' '간다' 등과 같이 '-는다' '-ㄴ다' 형태로 붙여 쓸 수 있다.

형용사의 경우 동사와 달리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나타낼 때는 '-는다' '-ㄴ다'처럼 쓰지 않고 기본형으로 써야 바르다. 형용사인 '예쁘다'를 '예쁜다'라고 하지 않는 것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맞다'의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를 찾아보면 '그렇다' 또는 '옳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란 설명도 있다. 여기서 '옳다'는 형용사다. 즉, '맞다'가 형용사처럼 인식되고 쓰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많은 이가 '맞다'를 틀린 표현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이유로 '맞다'를 동사로만 규정하지 말고 형용사로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므로 '맞다'는 '맞는다'로 고쳐 쓰도록 하자.

◇우윳값? 우유값?

맞춤법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사이시옷 규정이다.

한자어를 제외하곤 한자+한글 조합이든 한글+한자 조합이든 순 한글이든 뒤에서 된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

우윳값은 '우유(牛乳)'와 '값'이 합쳐졌으니 우윳값이라야 원칙적으로 옳다. 우유병은 한자어 우유병(牛乳甁)이니 우윳병이 아니다.

북엇국(北魚-국)/장밋빛(薔薇-빛)/등굣길(登校-길)이 그래서 맞는다.

국민은 불만이 많다. 어렵고 복잡하고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북처럼 모든 사이시옷을 빼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바닷가/냇가/깃발/사잇길/햇살 등과 맞닥뜨리면 입장이 궁해진다.

해님(해의 의인화)과 수소(소의 수컷) 대목에서는 더 궁지에 몰린다.

막냇동생에선 화가 나다가도 배냇저고리에선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한자어에선 오히려 사이시옷을 빼서 불만인 사례도 많다. 대가(代價)가 대표적이다. 많은 국민이 여태 '댓가'를 선호한다. 대구법(對句法)도 익숙지 않다. 댓귀법/댓구법이 끌린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장맛비가 그렇다. 과거엔 장마비로 거의 쓰고 읽었다.

어려운 문제다. 언론이 국립국어원 말을 안 듣는 사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우윳값은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표준어에 대한 상식/정서/감각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순댓국/우거짓국도 여기 해당할 것이다.

해님/햇님의 예처럼 'ㄴ 덧나기'에도 사이시옷이 쓰이는 데 예삿일(例事일)은 쓰고 농삿일(農事-)은 안 된다며 농사일로 하라는 것도 자의적이다.

나는 한자 단어에서의 사이시옷 배제 규정에서 예외로 정한 6개도 불만이다.

여섯은 곳간(庫間)·셋방(貰房)·숫자(數字)·찻간(車間)·횟수(回數)·툇간(退間)이 그것이다. 공무원 국어시험에 자주 나온다.

그러나 찻잔도 여기 넣어야 한다. 찻잔은 '잔'(盞)이라며 차는 다(茶)로 읽히기에 차(茶)는 한글로 간주한다는 건 옹색하기 때문이다.

茶는 '다'보다 '차'로 더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 어깨를 걸다

일상에서 아주 많이 틀리는 표현이다. 그러나 가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어깨를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물체를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아 올려놓다'의 의미는 벽에 '그림을 걸다/금메달을 목에 걸다'와 같이 쓰인다. 그 행위는 어디까지나 위를 향하는 것(수직)이다. 가로로 하는 어깨동무 형태와는 다르다.

비슷한 또 하나의 뜻은 '자물쇠, 문고리를 채우거나 빗장을 지르다'인데 '방문에 문고리를 걸다/대문에 빗장을 걸다' 등이 그 예다.

이것도 역시 그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답은 '겯다'다. '어깨를 겯다'.

누군가가 '겯다'와 '걸다'의 소리를 혼동해 오늘에 이른다.

'풀어지거나 자빠지지 않도록 서로 어긋매끼에 끼거나 걸치다'의 뜻이 바로 '겯다'요 발음은 [겯:따]로 길게 소리 난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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