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도 못 하나요"…노인들 앞에 놓인 '벽'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우리는 사랑도 못 하나요"…노인들 앞에 놓인 '벽'

이데일리 2025-09-05 06:00:00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염정인 수습기자] “연애까진 아니더라도 같이 대화할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독거노인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노년층의 연애에 대한 갈망도 커지고 있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만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청년층처럼 소개팅 앱을 활용한 만남은 경제적 부담이 뒤따른다. 여기에 유산 문제 등 가족과의 갈등까지 얽히면서 노인들은 연애를 시작하기 결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모여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4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1인 가구는 300만 5000 가구로 사상 처음 3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1인 가구(804만 5000 가구)의 37.3%가 고령층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홀로 사는 노인이 빠르게 늘면서 ‘노년의 사랑’은 이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뤄져야 할 주제가 됐다. 하지만 노인들이 모일 공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사랑을 시작할 기회가 제한적이고 연애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 박모 씨는 “노인이라고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다들 사람을 만나는 것과 연애에 관심이 있다”면서도 “자꾸 (남자 노인들이) 여자(노인)들을 성가시게 하니까 다 도망가더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70대 여성 고모 씨는 “이왕 사람을 만날 것이라면 좋은 환경에서 만나고 싶다”며 “여자 노인들이 주로 가는 찻집에는 남자 노인들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연애를 하는 노인들은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인연을 찾았다는 90대 박모씨는 “복지관에서 책 이야기를 나누다 여자친구와 이어진 지 1년 정도 됐다”며 “복지관을 지나가는데 누가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보고 있더라.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나와 말이 잘 통하겠구나 싶어서 말을 걸었다”고 웃어보였다. 박씨와 교제 중인 90대 여성 김모 씨는 “나이를 먹었지만 무서운 것도 있는데 남자친구가 있으니 든든하다”며 “무거운 짐을 혼자 이고 가려면 너무 힘든데 번쩍 들고서 따라오라고 하니 두려울 게 없다”고 했다.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젊은 세대처럼 ‘앱’을 활용한 이른바 ‘인만추’(인위적인 만남)에 도전하는 흐름도 있다. 50~70세대를 위한 한 소개팅 앱은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넘겼다. 다만 이데일리 취재진이 직접 앱을 가입해보니 매칭을 이어가려면 돈이 필요했다. 가입 직후에는 4명이 자동 추천되지만 추가로 상대를 보려면 하트를 구매해야 하는 식이다.

어찌저찌 만남이 성사된다 해도 가족 문제라는 더 큰 벽이 가로막는다. 황혼기 동거나 재혼은 상속 문제와 직결돼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히기 쉽다. 채우리 법무법인 새록 변호사는 “종종 부모님 중 한 분의 황혼 연애로 상속 등 문제로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애만으로는 상속 문제로 이어지지 않지만 동거가 사실혼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분쟁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사실혼은 민법상 상속권은 없지만 일부 제도에서는 제한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며 “상속 문제가 직접 발생하지 않더라도 (재산 관련 문제를) 걱정하는 자녀들도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연애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용필 조선대 행정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의 연애는 사회적 교류·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사회적 만남이 가능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도 “노인 간 교제를 법으로 장려할 수는 없지만 노인의 외로움을 해소하는 관계 맺기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는 물론 동성 친구를 만나는 일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 없이 사회적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