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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에서 갓 꺼낸 만두는 들기조차 벅찰 정도로 묵직했다. 겉피는 두툼하면서도 부드럽게 쪄져 있어 한입 베어 물면 탄력이 살아 있었다. 그러나 속은 예상과 달리 육즙이 터져 나오는 ‘샤오룽바오’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단단하고 밀도 있게 다져진 돼지고기가 중심을 잡는다. 씹을수록 고기의 고소한 풍미가 은은하게 퍼지고, 불필요한 향신료는 거의 배제돼 한국인 입맛에도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짙은 양념 대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낸 담백함이 이 집 만두의 진가다.
이 만두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크기와 맛이 아닌 1758년부터 이어온 ‘전통 조리법’과 ‘장인정신’ 때문이다. 벽면에 걸린 ‘전통을 지키되 시대에 맞게 발전시킨다’는 구호처럼 가게 내외부는 현대적으로 단장했지만 ‘손맛’만큼은 세대를 이어 지켜왔다. 요리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와 함께 호흡해 온 점은 음식사적으로 가치를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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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내부는 일종의 ‘시간 박물관’이다. 현관에는 옛 골목과 집을 담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고 식탁 위엔 260년 전통이 깃든 음식이 오른다.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 도시의 역사를 맛으로 기록하는 장소다.
대왕 만두 외에도 다양한 지역 요리가 차려졌다. 아삭하고 짭조름한 무절임은 입맛을 돋우고 두툼한 삼겹살과 고추, 양파가 어우러진 회과육은 기름지면서도 한국인에게 친숙한 풍미를 냈다. 게살 토란탕은 부드럽게 으깬 토란에서 은근한 단맛이 배어 나와 한 끼를 든든하게 채웠고, 설채마파두부는 얼얼한 매운맛 속에 깊은 감칠맛을 담았다. 지역성과 보편성이 교차하는 한 상이었다.
단언컨대 이 집의 대왕 만두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세월을 견뎌온 한 도시의 정체성이고, 세대를 이어온 가족들의 기억이며, 지역 문화의 압축이다. 점심에만 맛볼 수 있는 만두를 저녁에 내어준 주인장의 배려는 단순한 환대를 넘어 전통을 이어가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담백한 풍미, 전통이 고스란히 담긴 조리법, 그리고 노포가 지닌 세월의 무게.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옌청 여행의 백미를 완성했다. 한입의 만두 속에서 260년의 세월이 고요히 흘러나왔다. 옌청을 찾는 이라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미식적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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