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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녀> 는 중국 고대 설화인 ‘칠선녀와 동용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인에게는 <선녀와 나무꾼> 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공연은 단순히 전설을 반복하지 않는다. 고전적 주제를 현대적 무대 언어로 풀어내며, 하늘과 땅, 인간과 신선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를 감각적으로 확장시킨다. 무대 위에서는 ‘사랑과 운명’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노래와 춤, 영상과 군무로 시각화된다. 고전 설화를 동시대 관객의 감각에 맞춰 재창조한 방식은, 공연이 가진 미학적 성취를 분명히 보여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무대의 물리적 조건이었다. 수상 야외극장으로 설계된 공간은 그 자체가 거대한 무대장치다. 와이어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들의 장면, 수면 위 배에서 재현되는 동용과 칠선녀의 만남은 무대와 자연이 경계를 잃고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빛과 물, 안개와 불꽃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환상성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선녀가 하늘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절제된 조명과 성악 독창이 결합해, 극장 안이 아닌 하늘 아래 모든 공간이 공연장이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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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와 기술만으로는 무대가 완성되지 않는다. <칠선녀> 는 배우들의 연기와 군무로 공연의 밀도를 높였다. 선녀들의 군무는 중국 전통 무용과 현대무용의 언어가 절묘하게 교차했고, 동용 역 배우의 눈빛과 몸짓은 사랑과 비애의 감정을 관객의 가슴에 직접 새겼다. 이는 ‘화려한 관광 쇼’와 ‘진짜 공연’을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이 무대는 볼거리를 넘어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드라마였다.
둥타이 시제 톈셴 위안 관광구 전체가 <칠선녀> 의 연장선이었다. 공연장 주변의 등불 퍼레이드, 전통 의상 체험, 수공예 마켓과 수상거리는 모두 공연의 서사와 맞물려 있었다. 관객은 단순히 극장을 찾아가는 방문객이 아니라, 도시라는 거대한 무대에 들어선 배우이자 관찰자가 된다. 이는 중국 실경공연이 가진 압도적 스케일과 기획력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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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연의 완성도에 비해 언어적 접근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간단한 한글 자막이나 QR코드 기반 줄거리 안내가 도입된다면, 감상의 몰입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언어의 장벽은 때로 작품의 감동을 희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선녀> 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 위에서 노래하는 사랑, 인간과 신선의 만남, 불가능한 인연 앞에서 부딪히는 기쁨과 슬픔은 단순한 전설을 넘어 지금 이 순간 관객의 감정으로 되살아났다. <칠선녀> 는 ‘실경공연’이라는 장르가 단순한 관광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자적 예술적 성취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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