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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빈 공연단으로 5일간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총리는 흔쾌히 오겠다고 했고 비즈니스 미팅은 에스토니아가 사랑하는 문화 이야기로 화기애애하게 마무리했다. 에스토니아는 구소련으로부터 주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발트 3국의 ‘노래 혁명’을 주도했던 나라다. 압제 속에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저항했던 3·1운동을 생각나게 한다.
안보에 진심인 에스토니아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고 예비역으로 구성한 ‘디펜스 리그’는 시니어 아미로서 국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 당시 나토 회원국 중에서 최초로 K-9 자주포를 도입한 나라도 에스토니아다. 지난 6월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관련 논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우리 방산 기업은 유럽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교두보로 에스토니아를 주목하고 있다.
스카이프를 만든 에스토니아는 정보통신기술(IT) 강국이기도 하다. 인구수 대비로 볼 때 유럽에서 유니콘 기업 수가 가장 많다. 정부 행정 서비스의 100%가 온라인으로 가능한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이혼 절차도 올 1월부터 온라인화했다. 주권 회복 후 ‘호랑이 도약’(Tiger Leap) 프로젝트로 IT 기반 시스템을 구축한 에스토니아는 올해 2월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인공지능 도약’(AI Leap)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공교육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AI 시대에 제2의 도약을 일구겠다는 구상이다. IT 강국이자 천연자원 없이 교육의 힘으로 1인당 GDP 3만달러 이상을 달성한 한국과 에스토니아 양국이 협력해 나갈 새로운 분야이기도 하다.
에너지 독립을 추진하는 에스토니아에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력을 갖춘 우방국이다. 지난 3월 에스토니아 국영에너지기업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대용량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설(BESS) 개소식이 있었다. 같이 참석했던 위르겐 리기 에스토니아 재무장관은 에너지 안보 시대에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한국을 꼽았다. 차세대 에너지 기술확보를 위한 HD한국조선해양과 에스토니아 연료전지 기업 엘코젠(Elcogen AS) 간 투자 협력도 진행 중이다.
에스토니아는 발트해의 진주라고 불린다. 매력적인 중세도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수도 탈린의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한국인 방문객 수가 5만 명이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유럽의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여름 휴가지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북유럽과 발트지역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발트해 사이에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에스토니아의 매력을 느껴보는 기회를 갖길 권한다.
주에스토니아 초대 대사로서 부임한 지 1년이 됐다. 우리보다 앞서 한국에 대사관을 개설한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사아레마 출신 타넬 셉 2대 주한 대사도 부임을 앞두고 오페라 축제에 함께 했다. 주재국 총리를 비롯해 각국의 대사들은 오페라 본고장 유럽에서 펼쳐진 우리 공연에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대중문화를 넘어 그야말로 K컬처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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