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평동행정복지센터. 수원시자원봉사센터의 ‘사랑의 밥차’와 시립합창단이 손을 잡고 배식과 공연 봉사를 함께하는 날이다. 봉사자들이 뜨거운 냄비와 트레이를 번갈아 들고 센터 3층 대강당으로 향했다. 스테인리스 통이 난간 옆 벽을 스칠 때마다 ‘땡’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봉사자들은 “뜨겁습니다, 지나갑니다!”라고 외치며 바삐 오갔다. 쌀밥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구수한 얼갈이된장국,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제육볶음, 짭쪼름한 메추리알 조림, 향긋한 취나물 볶음이 차례로 식판에 담겼다.
자리가 꽉 찼다. “여기 비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말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흰머리 성성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의자를 조금씩 붙이자, 수런거림과 웃음소리가 금세 한데 모였다.
‘닐리리 맘보’, ‘돌아와요 부산항에’,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같은 귀에 익은 노래가 이어졌다. “한 곡 더!”라는 환호가 몇 차례 터져 나왔다. 박수 소리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무대를 마치고 숨을 고르던 수원시립합창단 테너 수석 박창일(56) 씨는 “여긴 저희가 쉽게 오기 어려운 자리잖아요. 이렇게 불러 주셔서 감사해요.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어 좋고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표정을 보니 더 힘이 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테이블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더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국 더 드릴까요?”, “메추리알 하나 더 올려 드릴게요”라고 물었다.
배식대에서 메추리알을 얹어 주던 알토 차석 방효경(37) 씨는 “제가 좋아하는 메추리알을 배식하게 돼 영광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노래와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 좋게 하루 보내셨으면 해요”라며 웃어 보였다.
공연 내내 어깨춤을 추던 문중술(80) 할머니는 “노래는 아빠의 청춘이 제일 좋았어. 매일 왔으면 좋겠어. 밥도 아주 맛있어”라고 말했다.
밥이 나오면 무대가 뒤따랐고 노래가 끝나면 다시 식판이 채워졌다. 행정·자원봉사·예술단체가 함께 만든 생활 밀착형 돌봄이다. 1983년 창단한 수원시립합창단은 2천여 회의 연주를 이어 온 시립예술단체다. 시민 가까이에서 ‘찾아가는’ 무대를 꾸준히 펼쳐 왔다. 배식 봉사에 공연까지 더한 이날은 예술단체의 재능 기부가 현장에서 어떻게 온기를 키우는지 보여줬다. 빈 식판이 조용히 걷혔다. “잘 드셨어요”라는 인사가 이어졌다. 요란한 무대 장치도, 근사한 일품요리도 없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조주현기자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